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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사찰, 국정원 진상 밝혀야

한겨레 입력 2021. 01. 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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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국회의원, 교육감 등에 대한 사찰을 벌인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국정원이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을 사찰한 문건도 공개됐는데, 2009년 12월16일 자료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요청이 접수됐다'는 내용과 함께 브이아이피(VIP), 즉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회도 견제하기 위해 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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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2월12일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국회의원, 교육감 등에 대한 사찰을 벌인 정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거듭 태어나겠다고 다짐한 국정원이 2007년 대선이 끝나기 무섭게 과거의 악행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참여한 곽상언 변호사 등의 정보공개청구에 응해 63건의 문건을 공개했는데, 문건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행태는 충격적이다.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 변호사가 받은 16건의 문건에는 ‘곽 변호사의 사무실 이전 움직임’, ‘친노 권유로 출마 고심’ 등 국정원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사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도 전인 2008년 2월5일 시작해 2012년 9월까지 문건을 작성했고, ‘일일 청와대 요청 사항’이라는 제목 등이 나오는 것을 볼 때 청와대 지시로 노 전 대통령 일가를 장기간 광범위하게 사찰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노 전 대통령이 불행한 죽음을 맞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두렁 시계 공작 사건’에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기됐던 만큼, 노 전 대통령 일가 사찰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국정원이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을 사찰한 문건도 공개됐는데, 2009년 12월16일 자료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요청이 접수됐다’는 내용과 함께 브이아이피(VIP), 즉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회도 견제하기 위해 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민정수석실이 축적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국정원에 보안유지하에 관리를 요청했다는 대목 등을 보면, 국정원이 청와대 지시로 여야 의원에 대한 불법 사찰을 벌였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보공개는 지난해 12월 권력기관 합동브리핑에서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어두운 과거로 피해를 입은 여러분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정보공개청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곽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은 중요한 정보가 담긴 문건은 정확한 제목을 제시해야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래선 안 된다. 국정원이 진정 국민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려면 과거의 잘못을 하나도 숨김없이 고백해야 한다. 박지원 원장은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지시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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