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3인1조 근무' 등 원칙, 현장선 '휴지조각'

고희진 기자 입력 2021. 1. 27.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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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곳 중 43곳 안전수칙 위반
주간 작업 미준수도 19곳
위탁업체가 대부분을 차지
미화원들, 청와대에 진정
"지자체가 직접 관리해야"

[경향신문]

경기도 안양에서 22년째 민간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최모씨(51)의 출근시간은 보통 새벽 4시다. 주말 쓰레기가 넘치는 월요일에는 새벽 2시쯤 출근한다. 지난해부터 청소노동자의 야간작업(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이 금지됐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다. 최씨는 “쓰레기가 넘치면 민원이 들어오고 원청인 지자체는 위탁업체에 책임을 묻는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가정 쓰레기가 더 늘었다. 현장 노동자들이 새벽 출근을 안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최씨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지난해 12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40곳이 직영 중이거나 민간에 위탁한 청소업체의 안전규칙 의무사항 점검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직영업체 40곳, 위탁업체 38곳 등 총 78곳을 점검했다.

조사 결과 43곳이 안전수칙을 위반했다. 그중 직영업체 4곳, 위탁업체 23곳 등 총 27곳이 3인1조 근무를 지키지 않았다. 환경미화원들은 청소차량 한 대 기준 3명이 근무하게 돼 있다. 1명이 차량을 운전하면 두 명이 쓰레기 운반 등 작업을 해야 한다. 3명을 맞추지 못해 1명이 쓰레기 운반을 하면 다른 차량과의 접촉 등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폭염이나 폭설 시 작업 대책이 없는 경우도 43곳 중 23곳, 주간 작업 원칙을 미준수한 곳도 19곳이었다. 설문에 따르면, 대구의 한 위탁 청소업체는 노동자들에게 ‘태풍 때 많은 비가 예상되니 알아서 조심하고, 맡은 임무 완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폐기물관리법 및 시행규칙 개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주간 근무, 폭염·강추위, 폭우·폭설, 미세먼지 등 악천후 발생 시 작업 중지, 3인1조 작업, 차량 안전장치 설치, 안전 조끼 지급 등이 의무화됐지만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2018년 환경미화원 13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기간 산재 사고 재해자는 총 1795명인데, 노동 환경이 더 열악한 민간위탁 업체 소속 환경미화원의 재해자 수가 1076명(59.5%)으로 절반이 넘었다.

민주일반연맹은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 등을 청와대에 진정했다. 연맹은 “환경미화원 사망 등 다수 산재 사고가 민간위탁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며 “지자체가 (미화원들을) 직접 관리해야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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