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일자리 뺏는다는 말 '진짜'였네.."코로나로 더 빨리 진행"

곽주현 입력 2021. 1. 27. 21:00 수정 2021. 1. 2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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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 상승률도 줄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로봇을 많이 활용하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도드라지는데, 비대면 업무 필요성을 높인 코로나19가 '로봇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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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늘어날 수록 일자리 감소..임금 상승률도 줄어 
중화학 발달한 한국, 로봇 밀집도 세계2위
코로나19로 비대면 강화..로봇 선호 현상 더 강해져
지난달 1일 중국 상하이의 한 고등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로봇이 점심식사를 제조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롯데슈퍼 오토프레시(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선 로봇이 고객들 대신 장을 본다. 로봇들이 7,200여개의 상자 사이를 초속 3m가 넘는 속도로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최대 30종까지 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남짓. 직원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상품을 담을 때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이전에 비해 출하 가능 규모는 두 배 이상 커졌다. 현재 직원들이 직접 하고 있는 신선 및 냉동식품 작업도 추후엔 로봇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산업용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 상승률도 줄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현상은 로봇을 많이 활용하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도드라지는데, 비대면 업무 필요성을 높인 코로나19가 '로봇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韓, 로봇밀집도 세계 2위... 로봇 늘어나면서 일자리·임금상승률은 줄어

2019년 주요국 로봇밀집도

한국은행이 27일 공개한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국내 산업현장에 빠르게 늘어난 로봇은 종사자 수는 물론 실질임금 상승률까지 소폭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는 부가가치 변동 없이 종사자 1,000명당 로봇이 1대 추가로 증가할 경우, 해당 산업 종사자 수 증가율이 0.1%포인트 하락하고 실질임금 상승률은 0.3%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로봇밀집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동자 1,000명당 로봇 운용 대수를 의미하는 로봇밀집도는 2019년 기준 한국이 85.5대로, 싱가포르(91.8대) 다음으로 높았으며 전 세계 평균(11.3대)과 비교하면 8배에 가깝다. 국내 로봇밀집도는 특히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확산됐는데, 실제로 2000~2007년 사이 연평균 1.26대 증가하던 로봇밀집도는 2010~2018년 사이엔 5.28대씩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전자부품 및 컴퓨터 산업에서 로봇은 여타 산업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다. 가장 로봇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8년간 로봇침투도(로봇 보급 현황을 나타낸 값)가 연평균 6.3단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를 진행한 이병호 한은 경제연구원 조사역은 "한국의 로봇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우리나라 산업구조 자체가 로봇을 활용하기 좋은 전기·전자, 화학, 운송장비 업종 비중이 높게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빠르게 산업 현장에 침투한 로봇들이 근로자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수출·수입·경기상황 등 여러 변수를 통제해보더라도 로봇침투도가 1단위 상승할 경우 종사자 수 증가율은 0.11~0.1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실질임금 상승률은 0.27~0.2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2009년)을 포함해 분석할 경우 종사자 수 증가율과 실질임금 상승률은 각각 0.22~0.26%포인트, 0.75~0.9%포인트나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빠르고 똑똑한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면서 고용이 줄어들었고, 그나마 남은 일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로봇화' 속도↑... 고부가가치 산업 필요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25일 고객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비대면 고객 응대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최초로 공개하고, 현대차 송파대로지점에서 고객 응대를 위한 첫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달이(DAL-e)’는 얼굴 인식, 자연어 대화 기술, 자율이동 기술을 탑재해 현대차·기아 영업지점 등 고객 응대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마다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면서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는 데다, 비대면 경제가 확산되면서 '사람'보다는 '로봇'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1~11월 산업용 로봇 생산량이 전년 대비 22.2% 정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산업용 로봇 보급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노동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업무가 아닌 사람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이 필요하다.

이 조사역은 "앞으로 로봇공학과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이 빠르게 발전하며 로봇의 역할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가 업무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동시에 부문 간 노동 이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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