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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중 귀 만지는 부장님.. 듣기 싫다는 뜻입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 01. 27. 21:53 수정 2021. 01. 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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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움직임 보면 심리가 보인다

요즘 코로나19 유행으로 원격 수업, 줌(zoom) 콘퍼런스, 재택근무 영상 회의가 기본적인 소통 수단과 사회 활동이 됐다. 만나서 하던 회의나 미팅 대부분이 이제 비(非)대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화상 회의 시대에서는 첫 인사말이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잘 들리세요?”라는 우스개도 나온다.

직접 얼굴 보고 만나서 대화할 때는 상대 목소리 톤이나 얼굴 표정 변화, 섬세한 제스처 등을 느끼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나해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 교수는 “뇌는 언어와 대화 분위기, 고개 기울어진 각도, 몸짓 등을 취합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며 “상대가 말로는 ‘다음에 차 한잔해요’라고 해도, ‘다시 보기 어렵겠구나’라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대면 영상 모니터 대화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미묘한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다. 자칫 상대의 감정과 반응을 놓쳐 제대로 된 소통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니터 속에 등장하는 얼굴 표정과 손동작은 그나마 선명한 뉘앙스를 반영하기에, 여기에 관심을 기울이면 상당한 비(非)언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정신과 의사들과 행동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손 움직임은 몸으로 하는 언어

어떤 이가 손으로 한쪽 턱을 괴고 먼 산 보듯 하고 있다면, 지금 대화에 관심이 없거나, 딴생각 중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손짓 언어의 고전이다. 이처럼 손가락 동작에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15년 호주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한 실험에 따르면, 학생들은 강의를 들으며 한 시간에 23회 이상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사람은 손을 얼굴로 올려 무의식으로 뭔가를 뜻하는 몸짓 언어를 쓴다. 말로는 ‘괜찮다’라고 하고, 몸으로는 ‘싫은데’라는 상반된 내용을 표현했을 때, 상대편 뇌는 말보다 ‘보디랭귀지’를 더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그래픽=박상훈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와아무드 교수팀은 대화 시 손을 얼굴 어디에 어떻게 놓는지에 따라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다양한 인종의 대화를 비디오 카메라로 찍어 분석하니, 손동작만 보고도 어떤 마음 상태인지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위치가 의중과 심리를 반영

집게손가락이 눈가에 고정된 채 대화를 듣는다면, 관심이 있다는 의사 표현이다.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대거나 톡톡 치는 행동을 한다면, 뭔가 불확실한 상태를 내포한다. 의심 가는 구석이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고개를 기울인 채 손을 입술과 턱에 대거나 만지고 있다면, 말 대신 생각 좀 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어떤 선택을 고민하고 있을 때도 그런 동작을 취한다.

코를 만지거나 코밑을 손가락으로 비빈다면, 뭔가 께름칙한 말을 시작하려고 하거나, 거짓말이나 속임수 쓸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라는 평이다. 물론 의도를 갖고 일부러 그런 행동을 취한다면 의중을 속단할 수는 없다.

간혹 정치인 기자회견에서 한쪽 눈꺼풀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눈꺼풀 비비기는 낭패감이나 믿음이 깨지며 실망감을 느낄 때 나오는 동작으로 본다. 귀를 만지거나 귓불에 손을 갖다 되면, 상대의 말을 애써 외면하고 싶을 때나, 듣기 싫은 말을 들을 때 무심코 나오는 동작이다. 대화 중 뒷머리나 목을 손가락으로 긁으면, 당신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무언의 표시이거나 이해가 안 될 때이다.

회사 CEO나 조직의 결정권자가 뭔가를 발표하고 손으로 양쪽 볼살을 잡고 턱 쪽으로 반복해 쓰다듬어 내린다면, 의견을 구하거나 뭔가를 결정하기 전의 제스처로 해석된다. 나해란 교수는 “감정이 드러나는 손동작을 할 때 뇌를 MRI로 촬영하면 언어 중추 외에 또 다른 의사 표현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된다”며 “대면이건 비대면이건 말의 내용에만 집중하지 말고, 손동작 등 상대 전체를 보는 습관을 들이면 소통을 원활하게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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