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네

최인준 기자 2021. 1. 2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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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일상 속 '보이스 테크'

주부 서은경(41)씨는 멜로디는 기억나는데 제목이 안 떠오르는 노래를 찾을 때면 스마트폰에 대고 “이 노래가 뭐지?”라고 말한 뒤 허밍으로 멜로디를 읊조린다. 음정이 정확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이 서씨가 찾는 후보곡들의 제목을 일치할 확률 순서대로 보여준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모바일 앱이 최근 도입한 ‘휘파람·허밍으로 노래 찾기’ 기능이다. 인공지능(AI)으로 수많은 노래 데이터를 비교·분석하는 기술이 가능케 한 서비스다. 목소리로 감정까지 알아맞히는 기술도 등장했다. 미국 아마존은 최근 사용자 목소리의 미세한 파동 변화를 분석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헤일로’를 출시했다. 음성으로 기분과 신체 건강 정보를 읽고 필요한 운동을 알려주거나 건강 제품을 추천해준다.

목소리를 활용한 ‘보이스(voice) 테크’가 글로벌 IT 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이나 전자 기기에 손을 대고 조작하는 대신 목소리로 작동시키거나 채팅, 쇼핑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 참석자 목소리를 구분해 회의록을 알아서 정리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손가락 한번 까닥하지 않고도 말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목소리로 모든 것을 하는 시대

트위터는 지난 5일(현지 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브레이커가 트위터의 일원이 됐다”고 밝혔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브레이커는 사용자들이 팟캐스트(인터넷 방송)에 음성으로 댓글을 달고 공유하는 기술로 인기를 끌었다. 트위터는 브레이커의 이 기술을 활용해 , 키보드나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치는 대신 음성으로 트윗을 작성하고 실시간 채팅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요리나 집안일을 하면서도 수많은 사람과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프로’에도 새로운 보이스 테크가 적용됐다.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면 알아서 볼륨을 줄여주고, 대화가 끝나면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보이스 테크는 각 기업 사무실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회의, 인터뷰 등을 AI가 문서로 자동 변환해주는 ‘클로바 노트’를 출시했다. 각 참석자의 목소리를 구분해 대화록을 정리해준다.

2016년 창업한 실리콘밸리의 보이스테크 스타트업 오터(otter)는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줌(zoom)이나 구글미트 같은 화상회의를 진행하면 회의록을 만들어주고, 콘퍼런스 연설과 질의응답 세션까지 실시간으로 정리한다. 단순히 받아 치는 것뿐 아니라 지명이나 사람 이름 같은 보통명사를 구분하고 웅얼거리는 말은 문맥을 파악해 유추까지 해서 넣어준다. SK텔레콤도 음성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속사포 랩처럼 빠르게 말해도, 문맥을 분석해 띄어쓰기까지 정확하게 입력해주는 기술이 적용됐다.

◇스마트홈·쇼핑도 보이스 테크

불과 2~3년까지만 해도 보이스 테크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불완전한 기술이었다. 음성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스마트폰 AI 비서를 부르려면 손으로 잠금화면을 연 뒤에 앱을 실행해야만 했고, 인식률도 떨어져 엉뚱한 결과를 내놓기 일쑤였다. 하지만 5G(5세대) 이동통신망과 클라우드(가상 서버)의 확산으로 방대한 음성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자 보이스 테크도 급속히 발전했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보이스 테크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사용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포인트”라며 “특히 편의성에서는 기존 어떤 기술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 테크는 스마트홈,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는 스마트홈 업체 코맥스와 손잡고 음성 명령으로 엘리베이터를 부르거나 택배 도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음성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안마의자 ‘LG 힐링미 몰디브’를 출시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음성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보이스 커머스’가 확산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음성으로 취향을 알려주면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예를 들어 ‘촉촉하게 발리는 립스틱을 골라줘’라고 말하면 관련 립스틱 제품을 검색해 보여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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