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세종보와 행정수도 세종
문재인 정부가 기어코 세종보(洑)를 철거할 모양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최근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를 전면 해체하고, 공주보는 부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세종보는 4대강 보 가운데 유일하게 도심에 있다. ‘행정수도’ 세종의 핵심 기반시설이다. 그래서 다른 보 보다 존재감이 훨씬 크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현 정부는 집권 몇 달 뒤인 2017년 11월 세종보를 연 뒤 4년째 방치하고 있다. “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하고 보 때문에 강이 오염된다”는 게 이유다. 물이 없어진 금강은 모래사장과 수풀로 뒤덮였다. 강에는 물고기 대신 고라니가 뛰어놀고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348m의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보)은 흉물이 됐다. 연간 1만 100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시설은 고철처럼 됐다. 1287억원을 써서 만든 세종보는 120억원을 들여 해체될 운명이다. 국민 세금이 눈먼 돈이라고 하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세종보가 썩고 있던 4년 동안 세종시 기반시설은 놀랄 만큼 풍부해졌다. 이들 인프라는 물이 필요하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국립세종수목원과 중앙공원(52만㎡)이 문을 열었다. 세종수목원은 축구장 90개(65㏊)를 합쳐놓은 것만큼 크다. 두 시설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아 ‘세종판 센트럴파크’로 불린다. 사업비만도 3118억원을 썼다. 수목원과 중앙공원에는 하루 1600t과 4000t의 물을 공급해야 한다. 이 물은 금강에서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보 개방으로 강이 마르자 세종시는 물 구할 방법을 찾고 있다. 약 100억원을 들여 금강에 또 다른 물 공급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이미 세종시 호수공원에는 하루 최대 2만6700t의 금강 물을 갖다 쓰고 있다.
세종시에는 1000억짜리 관광용 다리도 생긴다. 세종보에서 상류 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오는 7월 완성되는 ‘금강 보행교’가 그것이다. 걷기 전용 다리여서 길이 1412m의 동그라미 모양으로 설계됐다. 금강 보행교가 제 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금강에 물이 풍부해야 한다. 많은 시민은 보행교에 올라 물이 찰랑찰랑한 금강을 감상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올해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도 본격 추진된다. 중앙행정기관과 국회의사당까지 갖추는 행정수도의 강이 고라니 놀이터가 된 상황은 첨단 고속열차와 소달구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도시 발전과 강 관리는 ‘바늘과 실’ 관계다. 서울·런던·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는 강을 관리하면서 발전해왔다. 보, 댐 같은 구조물을 만들어 물을 담고 강 흐름을 조절하는 게 관리의 핵심이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세종도 마찬가지다. 세종보를 살리면 여러 고민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도 절약된다.
김방현 대전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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