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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성경적, 비성경적

입력 2021. 01.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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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열어보니 교인이 이런 질문을 보내왔다.

"어떤 유명한 목사님의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추도예배는 비성경적이니 보지 말라'는 말이 나와요. 정말인가요."

이걸 두고 '비성경적'이란 말로 매도할 수 없습니다.

어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성경적, 비성경적'이란 말로 사람과 시대를 너무 쉽게 판단하고 정죄한다면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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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열어보니 교인이 이런 질문을 보내왔다. “어떤 유명한 목사님의 동영상을 시청하는데 ‘추도예배는 비성경적이니 보지 말라’는 말이 나와요. 정말인가요.”

이렇게 답변을 보냈다. “먼저 ‘비성경적’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비성경적인지 아셔야 합니다. ‘비성경적’이란 말로 무언가를 심판할 때 성경과 상관없이 개인의 입장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결국 ‘성경적’이라는 말을 바꿔보면 ‘내 생각에는’이라는 말로 환원되기 일쑤입니다.

원점에서 생각해 볼까요. 우리가 가진 성경은 모두 ‘번역’이지요. 번역은 즉 ‘해석’이에요. ‘번역은 반역’이라고도 합니다. 어떤 경우든 번역되는 순간 거기서 해석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아람어를 사용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신약성경에 기록될 때 아람어가 아닌 헬라어로 쓰였다는 사실은 성경이 해석을 요구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언어의 번역도 그렇지만 2000~3000년 전 일을 문자 그대로 오늘에 적용하는 것도 바보 같은 일입니다. 사실 그렇게 할 수도 없지요.

성경을 읽고 적용할 땐 언제나 ‘영원한 것’과 ‘임시적인 것’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둘을 분별하는 게 쉽진 않습니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사랑, 정의, 평화 같은 것은 상황이나 시간에 흔들리지 않는 ‘영원한 것’인 반면 예배의 방법이나 먹고 마시는 종류와 방법 따위는 시대와 문화 상황과 맞물린 ‘임시적인 것’이죠. 임시적인 것은 말 그대로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임시적이라 해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에 도움을 주는가 하는 것에 달려 있어요.

예를 들어 오늘날 하나의 밭에 두 종류의 씨앗을 심거나 두 종류의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입지 말아야 한다(레 19:19, 신 22:9~11)는 주장은 시대의 제약을 받는 임시적인 것이에요. 이에 비해 하나님은 아들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우리를 구원하신다는 ‘사랑’의 명제는 영원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문제는 성경에 이 두 가지가 혼합돼 있을 때지요. 노아 홍수 이후 무지개 사건에는 현대 광학이론(임시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하늘의 영원한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임시성과 영원성이 결합돼 있을 때 우리에겐 끊임없는 질문과 상상력이 요구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경 전체는 하나님의 본심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을 ‘계시’라 부릅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질문이나 상상력조차 허용하지 않는 기이한 방식으로 당신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씀을 무조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서 나에게 주시는 뜻이 무엇인지 연구하며 생각에 생각을 거듭합니다.

이것을 루터는 ‘메디타치오(meditatio)’라고 합니다. 보통 ‘묵상’이라 번역하지만, 개혁자가 설명하는 메디타치오는 큐티 같은 감성적 묵상과 다릅니다. 치열한 학문적 고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라고 교회가 교인들을 대표해 세운 사람이 신학자와 목회자입니다. 그러니 공적 자리에서 성경을 언급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성경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시 돌아가서 추도예배는 비성경적일까요. 그건 임시적인 것입니다. 오늘 이 시대 문화와 교회의 상황에 필요해서 생긴 것이죠. 이걸 두고 ‘비성경적’이란 말로 매도할 수 없습니다. 어떤 영향력 있는 사람이 ‘성경적, 비성경적’이란 말로 사람과 시대를 너무 쉽게 판단하고 정죄한다면 오히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셔야 합니다. 그분이 좀 더 겸손히, 그리고 더 깊게 성경을 묵상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

약력 = 루터대 신학과, 한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 철학박사(조직신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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