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진이 형'의 꿈, '용진이 형'의 도전[광화문에서/이헌재]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1. 1. 28. 03:03 수정 2021. 1. 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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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는 기존에 야구를 바라보는 인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야구단 인수는 앞선 구단 모기업의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이뤄졌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용진이 형'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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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리그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정확히 10년 전이었다. NC가 한국 프로야구의 제9구단으로 창단하려 할 때 한 구단 사장은 야구계 입성을 반대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격이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NC 야구단의 모기업은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다. 당시도 꽤 잘나가던 회사였지만 대기업이 대부분이었던 다른 구단 모기업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프로야구단은 연간 100억∼200억 원 적자가 난다. 대기업도 운영이 힘들 때가 있는데 어디 작은 기업이…”라는 정서가 있었다.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였던 김택진 NC 구단주(54)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야구단 운영비 정도는 사비로 댈 수 있다.”

‘프로야구 키드’인 김 구단주에게 야구는 ‘꿈’이자 ‘위로’였다. 청소년기 그의 마음속에는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4승을 혼자서 책임진 ‘롯데 에이스’ 최동원이 있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에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게 위안을 얻었다. 사업에 성공한 뒤 그는 프로야구단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자 했다. 꿈의 완성까진 10년이 걸렸다. 창단 10년째인 지난해 NC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우승 직후 선수들이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에 나오는 ‘집행검’을 뽑아드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한국시리즈 전 경기를 직관한 그는 “창단 때부터 꿈꾸던 일 하나를 이뤘다.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말했다. 야구장 안팎에서 보여준 친근한 행보 덕분에 팬들은 그를 ‘택진이 형’이라 부른다. 출시한 게임도 큰 흥행을 거두면서 택진이 형은 기업인으로서, 또 구단주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이번 주 야구계에는 핵폭탄급 이슈가 터졌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인천 연고의 명문팀 SK 와이번스를 약 1353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번 딜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3)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다.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는 기존에 야구를 바라보는 인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 야구단 인수는 앞선 구단 모기업의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이뤄졌다. ‘사회 환원’이라는 목적을 위해 형편이 나은 기업이 야구단을 떠맡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구단들도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초점은 ‘자생력’에 맞춰져 있다. 모기업에서 받는 지원금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마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야구단을 인수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존 유통 네트워크에 야구장이라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연결해 소비자들을 잡겠다는 게 큰 줄기다. 출발도 하지 않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그깟 공놀이’를 위해 1000억 원 넘는 돈을 지불하고, 연간 운영비로 수백억 원을 쓰는 게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야구를 통한 비즈니스를 완성시켜 이 같은 편견을 탄성으로 바꾸는 것은 정 부회장의 몫이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용진이 형’으로 불리고 있다. 기업에서건 야구에서건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반갑다. 용진이 형의 새로운 도전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역전 만루 홈런이 되길 기대한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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