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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아이들이 다시 돌아왔다

김선자 입력 2021. 01.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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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된다. 17년의 세월이 마을의 아이들을 청년으로 키워냈다. 그들은 자라서 도시로 나갔다가 회귀하듯 한 명 두 명 돌아온다.

내가 사는 시골 청년들에게도 모이는 구심점이 생겼다. 함께 어린 시절을 공유했던 공간과 삶이 그들에게 ‘함께’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 시작한 도서관에 세월이 두껍게 자리 잡자 이 시골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동안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향한 열린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청년들이 모여드는 공간이 된 것이다.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뿔뿔이 흩어졌다가 도서관을 통해 다시 모인, 이젠 청년이 된 아이들이 ‘덕스텝’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돌아오면서 친구들도 데리고 왔다. 나름 그들에게는 자랑하고 싶은 곳이었던지 자주 친구들과 함께 오가더니 그들도 도서관이 좋단다.

도서관을 처음 시작할 땐 조손 가정,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많았다. 의기소침하고 상처가 많아 보였다. 부모의 다툼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큰 스트레스였다. 자기 때문에 부모가 다퉜다고 생각하여 존재에 대한 비하로 나타난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폭력에도 시달리곤 했는데 그들에게 잠시 피난처가 되어주곤 했지만 환경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서 두고두고 마음 아팠다.

시대가 바뀌니 마을 아이들의 구성에도 변화가 왔다. 지금은 다문화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아직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아이들도 있다. 모두 큰 상처들로 인해 열등감을 가진 아이들이라 티격태격 소소한 다툼들이 그네들끼리도 쉽게 생겨나곤 했다.

사립 작은 도서관의 한계는 가장 큰 문제가 재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자라난 청년들이 돌아와서 이 아이들의 형과 누나가 되어 주고 있다.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의 거주지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고, 아동·청소년들의 아지트인 도서관 공간이 점점 협소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이들의 함께함이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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