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아이들은 자라서 어른이 된다. 17년의 세월이 마을의 아이들을 청년으로 키워냈다. 그들은 자라서 도시로 나갔다가 회귀하듯 한 명 두 명 돌아온다.
내가 사는 시골 청년들에게도 모이는 구심점이 생겼다. 함께 어린 시절을 공유했던 공간과 삶이 그들에게 ‘함께’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 시작한 도서관에 세월이 두껍게 자리 잡자 이 시골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동안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향한 열린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청년들이 모여드는 공간이 된 것이다.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고 뿔뿔이 흩어졌다가 도서관을 통해 다시 모인, 이젠 청년이 된 아이들이 ‘덕스텝’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돌아오면서 친구들도 데리고 왔다. 나름 그들에게는 자랑하고 싶은 곳이었던지 자주 친구들과 함께 오가더니 그들도 도서관이 좋단다.
도서관을 처음 시작할 땐 조손 가정,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많았다. 의기소침하고 상처가 많아 보였다. 부모의 다툼은 아이들에게 있어서 큰 스트레스였다. 자기 때문에 부모가 다퉜다고 생각하여 존재에 대한 비하로 나타난다. 특히 술을 많이 마시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폭력에도 시달리곤 했는데 그들에게 잠시 피난처가 되어주곤 했지만 환경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서 두고두고 마음 아팠다.
시대가 바뀌니 마을 아이들의 구성에도 변화가 왔다. 지금은 다문화 아이들이 대다수이고 아직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아이들도 있다. 모두 큰 상처들로 인해 열등감을 가진 아이들이라 티격태격 소소한 다툼들이 그네들끼리도 쉽게 생겨나곤 했다.
사립 작은 도서관의 한계는 가장 큰 문제가 재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자라난 청년들이 돌아와서 이 아이들의 형과 누나가 되어 주고 있다.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의 거주지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고, 아동·청소년들의 아지트인 도서관 공간이 점점 협소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이들의 함께함이 사뭇 기대가 된다.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선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
- 부진한 경제지표에도 뉴욕증시 이틀째 상승[블룸버그 마켓랩]
- [함영준의 마음 PT] 불행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
- [단독] 한·일 국회의원들, 美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에서 ‘합숙’
- [단독] 감사원 ‘권익위의 스카이72 골프장 민원처리 과정’ 조사
- [단독] 4000억 불법 해외송금, 잡고보니 페이퍼컴퍼니 3곳서 돈세탁
- 넓은 주차장·루프톱·히든 키친… 송파구 187실
- 땅집고 옥션 모레 첫 정기입찰… 보증금 건당 100만원, 끝나면 돌려받아
- 땅집고 특별관에서 그림도 사고, 내 세금도 확인하고…
- 19~20일 코엑스 부동산 트렌드 쇼서 금고 체험·할인행사
- “마누라도 절대 몰라” 국내 첫 민간금고 서비스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