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반도에 관심 식은 美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입력 2021. 1. 28. 03:06 수정 2024. 4.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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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퀸 시어터' 극장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연설하는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 연방의회 상원에서는 국무·국방장관 후보자의 인준 청문회가 연달아 열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두고 열린 청문회에서 앞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질 이들이 ‘북한’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가 한국 기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후보자는 “북한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과 정책을 리뷰(review·재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한국 언론의 헤드라인은 이 말로 채워졌다.

하지만 사실 그날 청문회의 핵심은 ‘언급된 것’이 아니라 ‘언급되지 않은 것’에 있었다. 4시간여에 걸친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상원의원 20명과 블링컨이 ‘북한’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은 9번, ‘한국’을 언급한 것은 1번뿐이었다. 지한파(知韓派)인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이 북한 관련 질문 2개를 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질의응답은 아예 없을 뻔했다. 4년 전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이 30번, ‘한국’이 11번 언급됐던 것과는 달랐다.

국방장관 인준 청문회는 더했다. 상원의원 24명,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증인으로 나온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까지 총 26명이 3시간 반 동안 ‘북한’이란 단어를 언급한 횟수는 2번, ‘한국’은 단 1번이었다. 서면으로 제출된 심화 정책 질의에는 한반도 관련 항목이 별도로 있었지만, 청문회 현장에서 한반도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4년 전엔 ‘북한’이 12번, ‘한국'과 ‘한국인’이 3번 언급됐었다.

미국이 코로나 같은 국내 문제에 사로잡혀 대외 문제를 다룰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무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이란’은 73번, ‘중국’은 66번 언급됐다. 국방장관 인준 청문회에서도 ‘중국’은 74번, ‘이란’은 10번 언급됐다.

한반도에 대한 관심은 왜 이렇게 식었을까. 4년 전 국방장관 청문회를 보면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하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파격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두 번이나 하고도 결국 이를 막지 못했다.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전보다 더 희박해졌다. 북한의 요구를 일부 들어주면서라도 핵 동결(凍結) 같은 과도적 합의를 해야 하는가란 무거운 토론만이 남았다.

미·북이 그런 타협을 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당연히 북핵의 지속적인 위협 속에 남겨질 한국이다. 그러나 미국에 기대는 것 말고는 북핵에 맞설 수단 하나 없는 우리 정부는 미·북 대화를 주선하고, 남북대화를 열고, 전시작전권 전환까지 하겠다고 한다. 찬물 끼얹은 듯 싸늘한 미국과 무엇에 홀린 듯 뜨거운 한국, 이 온도 차가 어디로 이어질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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