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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화국' 소리 안 들으려면

문경란 입력 2021. 01. 28. 03:33 수정 2021. 03. 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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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정보권을 한손에 쥔 경찰에 대해 '공룡경찰' '경찰공화국'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찰의 정보활동은 특히 신중히 이루어져야 한다.
ⓒ연합뉴스

지난 연말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국정원의 정보활동 업무 중 ‘국내 정보 수집’이 삭제됐다. 검찰총장 징계에 관심이 쏠리면서 묻혀버린 뉴스가 됐지만 이는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하다. 민간인 사찰과 댓글 달기 공작처럼 정보활동을 빌미로 자행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법적으로 차단된 것이다.

반면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권력기관 개혁에 따라 수사의 주체가 되고 정보활동에서도 독점적 권한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대공수사권도 3년 내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넘겨받는다. 수사권과 정보권이라는 두 권한을 한손에 쥔 경찰에 대해 ‘공룡경찰’ ‘경찰공화국’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찰의 권력은 비대해졌지만 이를 견제할 민주적 통제장치는 제대로 강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권력의 오남용 및 인권침해와 같은 폐해를 낳을 위험이 크다. 정보수집과 대공수사권을 쥐고 있던 국정원이 과거에 저질렀던 간첩조작 사건이나 선거 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경찰 관계자들은 촛불 민주주의를 이룩한 한국 사회에서 이제는 그런 일이 생길 리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민주주의의 근간은 권력 분산 및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에 있다. 독일·영국·미국 등 서구 선진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수사권과 정보권한을 분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사실 경찰의 정보활동 중에는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예들이 제법 있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권력지향적 정보를 양산하고 이를 통해 정치에 개입하며 선거 결과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예컨대 2016년 총선에서 전국의 정보경찰이 사전투표소의 동향을 보고하고 여당 후보의 당선을 위해 맞춤형 선거전략을 마련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한 고위 간부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관행”이라고 강변했다.

이뿐이랴. 삼성전자 노조원 사망사건에서는 정보경찰이 삼성의 협상 대리인으로 나서 가족에게 가족장을 치르도록 종용하고 유족 동향을 수시로 삼성에 제공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와 노조활동 등을 무력화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협박·통제하는 일도 정보활동이란 명분으로 행해졌다. 세월호 특조단,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에 대한 사찰 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경찰은 그동안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정보를 수집해왔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미비해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연말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이 개정되면서 일부 조항이 개정·보완됐지만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남는다. 개정된 경직법은 경찰 정보활동의 구체적인 범위와 처리 기준, 절차 및 한계를 시행령에 위임한다. 명확한 규정이 없을 경우 경찰의 정보활동이 무제한적으로 확장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신원조사 또한 인사혁신처 등 담당 부서로 넘겨야

시행령 개정에서 관심의 초점은 경찰의 정책정보 활동과 신원조사 업무다. 경찰은 범죄정보가 아닌 정치권 동향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밑바닥 민심 파악을 정책정보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해왔다. 그동안 정보경찰의 업무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22.5%)을 차지했다. 반면 본연의 업무라 할 범죄정보 수집은 1.3%에 불과하다. 정책정보 활동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사법 활동도 포함할 수 있어서 경찰의 시각이 국가 정책 전반에 편향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정보도 그렇거니와 사찰 논란이 제기돼왔던 신원조사 또한 범죄수사나 치안활동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차제에 인사혁신처 등 인사 담당 부서로 넘기는 것이 합당하다. 이미 경찰개혁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정보활동 범위에서 정책정보와 신원조사 업무를 제외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경찰의 정보활동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개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경찰에게 주어진 권한만큼 책임 있고 민주적인 통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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