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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장에서 수소차 7천대 쓸 수소에너지 만든다?

최상원 입력 2021. 01. 28. 09:46 수정 2021. 01. 2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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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덕동물재생센터 '바이오가스 수소화시설 시범사업'
완공 땐 하루 수소차 7천대 충전..전국 하수처리장으로 확산?
경남 창원시 덕동물재생센터. 하수처리장인 이곳에서 ‘바이오가스 수소화시설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창원시 제공

하수·음식쓰레기·분뇨 등 부패·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를 생산한다? 이런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시범사업이 경남 창원의 하수처리장에서 추진된다. 시범사업에서 경제성이 확인된다면 전국 곳곳의 하수처리장을 수소에너지 생산기지로 활용할 길이 열릴 수도 있다.

‘천연가스 분해 수소 생산’이 세계적 대세

창원시는 27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바이오가스 수소화시설 시범사업’ 공모에 최종 선정돼 2024년까지 국비 215억원과 지방비 215억원 등 430억원을 들여 마산합포구 덕동물재생센터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연상태에서 수소(H)는 산소(O)와 결합한 물(H₂O), 탄소(C)와 결합한 메탄(CH₄) 등 다른 원소와 결합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뿐,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수소를 구하려면 물이나 메탄 등에서 인공적으로 수소를 분리해내야 한다. 최근 수소가 친환경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수소를 구하는 방법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수소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이다.

첫번째 방법은 전기분해를 통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는 것이다. 물에서 수소를 분리하면 부산물로 산소만 발생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가장 친환경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의 60%만 수소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에너지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많다. 경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천연가스(NG)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지하에 매장된 천연가스 주성분은 메탄이다. 메탄과 물을 결합하면 수소(3H₂)와 일산화탄소(CO)가 발생하는데, 여기에 다시 물을 결합하면 수소(4H₂)와 이산화탄소(CO₂)로 분리된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분리 과정에 필요한 연료용 천연가스를 포함해 천연가스 1t으로 수소 350㎏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2.9t가량 발생해 포집·세척 등의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세번째 방법은 원유를 정유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채취하는 것이다. 원유를 정유하면 다양한 종류의 수소와 탄소 결합물이 생산되는데, 이 과정에서 탄소와 결합하지 못하고 분리된 수소를 부생수소라고 한다. 부생수소는 다양한 종류의 제철·석유화학 과정에서도 발생한다. 부생수소는 정유·제철·석유화학 공장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어서 별도 생산비용이 들지 않는다.

현재 전세계에서 사용하는 수소 65%가량은 천연가스를 분리해서 얻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수소는 대부분 부생수소이다. 대형 정유·제철·석유화학 공장들이 많은 만큼 부생수소가 풍부하게 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수소산업 성장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부생수소만으로는 수소 사용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3월 창원시 성산구 성주동에 천연가스를 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방식의 국내 첫 공공 수소생산기지가 문을 여는 등 천연가스 분해 방식의 수소 생산시설이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오가스에서 수소 추출은 ‘일거양득’

문제는 천연가스 분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려면, 원료이자 연료인 천연가스를 외국에서 사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가운데 하나가 소화조를 갖춘 하수처리장이다.

수거한 하수·음식쓰레기·분뇨 등을 공 모양의 밀폐 저장탱크인 소화조 안에 두면, 부패·분해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한다. 유기성 폐기물의 분해 과정에서 발생해 바이오가스로 불린다. 바이오가스 성분의 60~65%가 메탄으로, 고질화 과정을 거치면 바이오가스에서 순도 높은 메탄만을 뽑아낼 수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천연가스(=메탄)가 생산되는 셈이다. 이후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메탄에서 수소를 분리하면 된다.

결국, 소화조를 갖춘 하수처리장에 바이오가스 고질화 설비,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설비 등을 갖추면 하수처리장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오가스는 하수·음식쓰레기·분뇨 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만큼, 별도 구입·생산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적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발생하는 하수·음식쓰레기·가축분뇨 등을 처리하는 덕동물재생센터는 하루에 바이오가스 5060㎥를 생산해 도시가스로 판매하고 있다. 환경부와 창원시는 이곳에 하루에 바이오가스 2만5000㎥를 생산할 수 있는 소화조와 수소생산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시설이 완전가동되면 하루 메탄 생산량은 1만6000㎥이고, 이를 분리하면 수소 3.5t을 얻을 수 있다. 수소승용차 7000대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인근 덕동가스충전소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수소 3.5t을 천연가스에서 분리하는 기존 방식으로 생산하려면 천연가스 10t(연료용 천연가스 포함)이 필요하다. 현재 천연가스 t당 가격(약 60만원)을 고려하면, 연간 21억원어치 천연가스 구입비를 아낄 수 있다. 생산비가 내려가면 수소 판매가격도 낮출 수 있다. 창원시는 하루에 수소 3.5t을 천연가스 대신 바이오가스를 이용해 생산했을 때 거둘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연간 55억원가량으로 추산한다. 수소승용차 이용 활성화와 수소산업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대형 하수처리시설 67곳, 수소생산기지로?

환경부 집계를 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공공 하수처리시설은 모두 3965곳이고, 이 가운데 하루 500t 이상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은 681곳이다. 대형 시설 가운데 소화조를 갖춘 67곳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는 하루 60만9586㎥이다. 이 바이오가스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는 산술적으로만 따졌을 때 하루 85.4t에 이른다. 따라서 ‘바이오가스 수소화설비 시범사업’에서 경제성까지 확인된다면, 소화조를 갖춘 67곳을 시작으로 전국 하수처리장을 수소생산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강영택 창원산업진흥원 수소산업본부장은 “효율성·내구성·안전성·신뢰도 등 확인해야 할 점이 많지만, 덕동물재생센터가 아니더라도 소화조를 갖춘 하수처리장에 메탄 고질화와 수소 분리시설을 갖추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 수익구조까지 갖춰진다면 수소 생산에 민간사업자 참여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하수도사업소는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상업운전이 가능한 수준의 경제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겠다. 이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맞는 것은 물론,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전환을 선도하는 창원시가 ‘수소산업특별시’에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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