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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 앞 뻗치기의 전말

고한솔 입력 2021. 01. 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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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19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8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1203명(사망 2명)이며, 누적 발병률은 직원 4.9%(552명 중 27명 확진), 수용자는 42.9%(2738명 중 1176명)로 집계됐습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1일 교정시설 수용자 3명(동부구치소 2명, 서울구치소 1명)이 코로나로 숨진 사건의 진상을 요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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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2020년 12월19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18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전수검사를 할 때마다 신규로 297명(2차)→260명(3차)→152명(4차)이 확진되더니 1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확진자 수는 어마어마한데, 구치소 수용자와 연락이 닿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교정시설 재소자 가족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했습니다. 그들도 수용자가 보낸 편지로 내부 상황을 겨우 전달받고 있었습니다. 혹시 ‘안사람’(수용자 가족이 교정시설 수용자를 부르는 말)이 코로나19 확진된 건 아닌지, 확진됐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적시에, 충분히 설명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수용자 출소 날짜는 임금님도 바꾸지 못해요.’ ‘출소자야 매일 있을 테니 동부구치소 앞에서 뻗치기(기다리기) 해보세요.’ 수용자 가족과 인권단체 활동가의 이야기를 참고해 1월12일 출소가 시작된다는 새벽 5시보다 30분 앞선 4시30분에 동부구치소 앞을 찾았습니다. 사실 아무도 만나지 못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습니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교정시설 재소자의 편지를 받은 게 제1347호 마감 당일인 1월14일입니다. <한겨레21>과 인연이 닿은 교도소 재소자에게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고 법무부 누리집을 통해 전자우편을 보냈더니 답장이 온 겁니다. 수용자 가족들도 믿기 어려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안사람이 가석방 가산점을 대가로 확진자 동에 출역을 나갔다가 코로나에 걸렸다.’ ‘다른 교정시설로 이송됐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안사람이 코로나에 걸린 걸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2020년 12월 동부구치소에서 나온 출소자들과도 연락이 닿아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할 수 있는 한 다 말씀드리겠다.” “안타까운 수용자들을 위해 솔직히 말씀드렸다.” 과밀수용과 비위생의 교정시설에서 사는 재소자, 교정시설 담장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가족, 그곳을 벗어난 출소자들의 간절함을 도움닫기로 교정시설 담장 안을 겨우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좁은 방에서 지내는 과밀함, 온수 목욕도 하기 어려운 열악함, 환기하기 어려운 폐쇄성, 격리시설은 바이러스가 퍼지기 쉬운 최적의 환경입니다. 교정시설을 포함한 장애인시설, 정신병원 등 격리시설 수용자는 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1월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법무부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실시한 동부구치소 내 코로나19 집단감염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1203명(사망 2명)이며, 누적 발병률은 직원 4.9%(552명 중 27명 확진), 수용자는 42.9%(2738명 중 1176명)로 집계됐습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21일 교정시설 수용자 3명(동부구치소 2명, 서울구치소 1명)이 코로나로 숨진 사건의 진상을 요구하는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냈습니다. 집단감염 사태가 진정 국면을 맞은 지금, 예고된 참사를 막지 못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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