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통화 앞둔 文대통령, 왜 시진핑과 먼저 통화했을까?

정진우 기자 2021. 1. 28. 11: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1.26. photo@newsis.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 새벽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미·일동맹’을 과시하자, 정치권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통화 시점을 아쉬워한다.

문 대통령이 곧 취임 축하 등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할텐데, 굳이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먼저 통화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한미 동맹관계는 우리 외교 근간"이라며 "한미 양국정상간 통화도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아직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긴 힘들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통화는 곧 이뤄지긴 할텐데, (국가안보실에서) 아직 공지가 온 게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상 미국 대통령의 정상 통화 순서가 캐나다, 멕시코, 유럽, 그 후에 아시아 국가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관례를 보면 아시아에선 일본이 우리나라 앞이었다. 아직까진 이 순서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일본과 통화한 직후에 우리나라와 통화가 이뤄진 걸 감안했을 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일정이 불투명하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통화가 이뤄진 후 그 다음날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통화를 했는데, 미국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것일 수 있다”며 “미중 갈등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중국과 더 친밀해 보이면 외교적으로 미국 입장에선 불편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중 정상통화는 한국과 중국의 설 연휴 및 춘절을 앞두고 신년인사차 추진됐다”며 “한·중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양 정상이 신년 인사와 함께 2021~2022년 한중문화교류의 해를 성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교환하는 방안을 지난해부터 실무적으로 협의해 왔고, 그 결과로 이번 통화가 성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후변화와 녹색일자리 창출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2021.01.28.


하지만 이번 한·중 정상통화는 시진핑 주석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미국을 경계하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중국이 우리와 통화한 내용을 외부에 적극 알리며, 미국에 보란듯이 한·중 우호 관계를 확실히 밝혔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주석이 통화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너듯 어려움을 극복했다"며 "그 덕에 여러 방면에서 풍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 역시 이런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시진핑과 먼저 통화한 배경이 의문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미국이 우리나라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통화를 요청한 이상 문 대통령도 거절하긴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시진핑 주석이 한국과 미국 양쪽 모두를 압박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본다. 미국의 '반중전선' 구축 관측에 중국이 본격적인 대응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이번 통화를 시작으로 우리에게 “중국과 미국 중에서 하나만 택하라”는 압박을 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정책으로 동맹국 네트워크를 통한 '전략적 인내'를 꺼내든 상황에서 최근 문 대통령도 중국보다 미국에 힘을 싣는 기류가 감지되자 시 주석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 가치에 도전함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대중국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략적 인내를 언급했다.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정책으로 '전면전'을 피하며 제재를 통한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중국을 상대로 전략적 인내란 용어를 사용한 건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이다. 시 주석의 통화는 공교롭게 백악관의 전략적 인내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화상을 통해 마카오 특별행정구(SAR) 호얏셍 행정장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2021.01.28.

앞서 시 주석은 지난 26일 세계경제포럼(WEF)의 화상회의 연설에서 "국제사회는 한 나라 혹은 몇몇 나라가 설정한 규정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합의한 규정에 따라야 한다"며 "신냉전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시 주석이 미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상호 존중과 평등을 바탕으로 포용적 다자주의를 확고히 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국은 국제 규칙을 기초로 행동해야지 유아독존식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자주의를 10차례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예고한 대중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선 집권5년차인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의 통화요청을 좋은 계기로 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COVID-19) 등 당분간 자국 문제 해결에 힘써야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는 후순위에 놓일 공산이 크다. 실제 미국에서도 바이든이 북미 문제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시한이 올해밖에 남지 않은 탓에 서두를 수밖에 없는데, 결국 북한과 가까운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청와대는 한·중 정상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이 "비핵화의 실현은 공동의 이익에 부합한다. 중국은 문 대통령을 높이 평가하며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걸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시진핑 주석과 먼저 통화한 배경을 두고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내년이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서 시진핑 주석과 통화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전부터 추진했다"며 "(시 주석과) 신년 인사 차원에서 통화가 된 것이고, 바이든 대통령과 있을 통화는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 취임 축하 통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감동란·윤서인 진실공방 "스폰녀 만들어" vs "맞장구"서울 공사장 한복판서 '의문의 백골'"바지 내려"…中 코로나 '항문검사' 논란아이유 'Celebrity', 곡소개에 나온 '별난 친구'는 설리?여기자 "주호영이 성추행"…CCTV 영상 보니
정진우 기자 econph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