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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완성 직전의 '김정은 핵 독트린' / 김종대

한겨레 입력 2021. 01. 28. 14:56 수정 2021. 01. 2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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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김종대ㅣ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1월에 열린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핵 무력 독트린’이 완성되고 있다. 북한이 핵 무력의 종류와 핵 무력 사용 방침, 그리고 사용 방법을 망라한 군사교리를 나름대로 갖추었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자신의 핵 무력을 남용하지는 않되, 필요에 따라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 프랑스식 핵 독트린도 수용했고, 보복용으로도 사용한다는 중국식 핵 독트린도 적용했다. 북한이 핵 무력 사용의 자유를 천명하기는 했으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어떻게 능력을 갖출 것인지가 문제다. 첫째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할 수 있도록 명중률을 제고한다. 사정거리가 1만3천㎞의 화성 15형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더 늘리고 다탄두개별유도기술(MIRV)을 적용하는 새로운 미사일을 확보하는 연구가 마감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한반도 정세에 파란을 몰고 올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둘째는 적대세력들의 위협을 영토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하겠다는 대목이다.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없는 북한으로서 영토 밖에서의 공격 능력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밖에 없다. 북한은 중형 잠수함의 현대화와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최종심사 단계라고 했다. 소형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기술과 핵연료 제조 능력이 있다면 한·미의 방어체계는 일거에 무력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탄생한다. 셋째는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규격화로 전술적 무기화한다는 점이다. 재래식 전술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장착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미 북한은 2016년에 증폭 핵분열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소형 핵탄두 개발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로 보인다. 작년의 전술 유도탄 시험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이는 명백히 남한을 겨냥한 것이다. 이 외에도 무인기, 정찰위성으로 감시와 지휘통제능력도 갖추겠다고 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상대편 투수가 직구 하나만 구사해서 어느 정도 대비가 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도 더 빨라지고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할 줄 아는 새로운 투수가 등장한 것과 같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한국과 서방의 정보기관은 북한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항상 실패했다. 고립된 북한이 경제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그런 군사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 일색이었다. 부끄럽지만 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2014년에 북한이 수중발사 미사일을 발사하자 처음에 미 합참을 비롯한 군사전문가들은 “바지선에서 발사한 모형에 불과하다”며 “보여주기식 쇼”라고 폄하했다가 막상 북한이 고화질 동영상으로 그 생생한 모습을 공개하니까 할 말을 잃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에 대해서도 항상 의문을 표시하다가 2017년 화성 15형이 발사되고 나서야 북한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거두게 된다. 서방이 북한의 능력을 인정하기 꺼리는 이유가 있다. 북한의 능력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방어와 억지체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처음부터 군사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패권국으로서 미국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해야 되기 때문에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험의 축적 때문인지 이번 북한의 발표에 대해서는 미국도 별다른 반응이 없고 다만 신중할 따름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새해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능력을 분석 중”이라고만 했다.

현 정부는 매년 7%의 국방예산을 증액시키고 미국의 사드 요격미사일을 배치했으며, 소위 3축 체계로 불리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방어, 보복 능력을 보유한다고 했지만 과연 안보는 나아졌는가. 거침없이 진군하는 북한을 우리의 군사계획으로 감당한다는 것은 기만이다. 북한을 과소평가하면서 막연히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로 기다릴 수만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되, 일단 북한의 핵 능력을 현 수준에서 동결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간 핵 군축 회담을 주선하고, 단계적 군축을 의제로 하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개최를 거듭 북한에 촉구해야 했다. 여기서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를 북한에 보여야 한다. 회색지대에서는 생존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좀 더 선명하고 대담한 평화공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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