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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급 적용 않는다는 여당, 지난 손실 어떻게 보상할 건가

입력 2021. 01. 28. 20:26 수정 2021. 01. 28.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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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을 닫은 서울 명동의 한 상가 앞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여당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을 보상하기로 추진하면서 법제화 이후 발생할 손실만 보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기존에 발생한 소상공인 등의 피해는 4차 재난지원금(약 20조원)으로 보상한 뒤 손실보상제는 천천히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제도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뜻이지만 느닷없는 방향 선회가 당혹스럽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뒤통수를 맞았다며 반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손실보상 논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방역방침을 따르다 입은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전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이런 의미를 살린다면 이미 발생한 피해를 법률에 근거해 보상하자는 게 마땅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년간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없다. 선거 전 손실보상제를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돈을 풀기 쉬운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또 여권은 소급적용을 못하는 명분을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불소급은 유효한 권리나 적법한 행위를 나중에 만든 법으로 침해·박탈하거나 처벌하지 못한다는 입법상의 기본 원칙이다. 손실보상과 같은 적극적 조치에는 소급적용을 해도 문제가 없다. 국정을 이끄는 정부와 여당이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도 모자라 옹색한 논리를 대다니 씁쓸하다.

재원 마련에 대한 태도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가세 1~2%를 추가로 부과해 기금을 만들어 손실보상에 쓰자고 제안했다. 증세를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부가세는 소득계층 간 세부담 차이를 따지지 않아 역진성이 높다. 이보다는 정의당에서 발의한 2021~2022년 한시적 특별재난연대세가 정공법이다. 코로나19로 소득이 늘어난 집단에 세금을 더 내게 하는 방식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위해 소득세의 2.1%를 특별부흥세로 거둔 일본 사례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코로나19 사회연대세 도입을 제안했다.

정부와 여당이 국가 재정을 챙기는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 죽어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려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재정적자도 아직 건전한 수준이다. IMF는 2020~2021년 합산한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로, 11개 선진국 중 최고로 꼽았다. 여권 생각대로 손실보상에 소급적용을 하지 않고, 손쉬운 재원 마련책에 몰두한다면 이 난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더욱 과감하게 보상하고, 재원도 국채 발행을 넘어 증세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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