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대안은 없고 자기들끼리 싸우는 제1야당

김형원 기자 2021. 1. 2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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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시장 후보들 비방戰, 安과 단일화 논의도 지지부진
가덕도공항 놓고 黨투톱 이견.. 자중지란 막을 리더십 안보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내분을 거듭하고 있다. 28일 본격적인 예비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후보들 간 비방, 단일화 잡음, 막말 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두 도시에서 14명의 예비 후보가 난립했지만 정책 대안으로 경쟁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다. 당내에선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수습할 리더십마저도 실종된 총체적 난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①비방전 격화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비전 스토리텔링’ 발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부산시장 예비 후보들이 7분간 시정(市政)의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예비 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이 돌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때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이 전 의원이 상대 후보의 ‘X파일’을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폭로성 발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 전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건설특별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이라면서 울먹였다. “광역단체장 선거 치르려면 불가피하게 불법 자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다른 후보들에게 이목(耳目)이 쏠리지 않도록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미 당 지도부가 내달 1일 부산 가덕도에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의원이 폭로한 불법 돈 선거 의혹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앞서 “우파와 좌파가 있을 뿐이지 중도 이념이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자 오 전 시장은 이날 “나 후보로 단일화되면 아마 중도층이 투표장에 잘 안 나갈 것”이라고 했다.

②단일화 혼선

야권 단일화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양당 내부에서조차 “지나친 기싸움이 단일화 효과를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공연 시작을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이 돌아가면 뒤늦게 나훈아·임영웅이 와도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기(早期) 단일화 협상에 나서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3월 이전의 단일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단일화 논의가 공전하는 가운데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6주 만에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5~27일 전국 성인 남녀 1510명(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2.5%포인트·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서울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6.6%포인트 떨어진 28.5%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8%포인트 오른 민주당(32.4%)에 뒤처진 것이다.

③막말 리스크

국민의힘은 지난해 발간한 ‘총선백서’에서 패인으로 막말 논란을 꼽았다. 그럼에도 최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민주당 고민정 의원을 ‘후궁’에 빗대어 논란을 일으켰다. “지역구에 조선족이 많아서 총선에서 졌다”는 취지의 오세훈 전 시장의 발언도 구설에 올랐다. 오 전 시장은 유튜브 방송에서 서울 광진구 특성을 설명하면서 “양꼬치 거리에 귀화한 조선족의 90% 이상 친(親)민주당 성향”이라고 했다.

④리더십 실종

이런 총체적 난국을 정리해야 할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내 ‘투톱’ 격인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갈등 사안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실제 김 위원장은 내달 가덕도를 찾아갈 계획이지만 주 원내대표는 신공항 문제에 비판적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이 혜안은 있지만 한번 말을 던지면 그대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정책 이슈에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여론의 관심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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