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가수 아이유와 닮은 얼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 '차이유'의 실물이 공개되면서 해당 여성이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영상에 합성하는 기술이다.
일각에서는 여성 연예인이 '딥페이크 포르노'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딥페이크 기술로 특정 연예인을 따라하는 이들을 방치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최근 중국 애플리케이션 '틱톡'에서는 아이유와 똑 닮은 얼굴을 가진 한 중국 뷰티 크리에이터가 나타나 화제가 됐다.
이 여성은 아이유 특유의 표정과 옷차림 등을 따라 한 것은 물론 눈매와 얼굴형 같은 이목구비 또한 아이유를 쏙 빼닮아 일각에서는 그를 '중국 아이유'라는 뜻에서 '차이유'(차이나+아이유)로 불렀다. 특히 중국 누리꾼들은 이 여성을 실제 아이유로 착각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은 최근 '차이유'의 실제 모습이 아이유와 닮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그의 영상 중 일부를 증거로 공개했다.
그가 제시한 영상에는 딥페이크 효과가 잠시 사라지는 찰나, 아이유와 헤어스타일 외에 이목구비가 비슷하지 않은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이 누리꾼은 여성이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아이유와 닮은 외모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딥페이크는 '심층학습'(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특정 인물의 얼굴, 신체 등을 원하는 영상에 합성한 편집물을 뜻한다. 이는 특정인의 표정이 다양하게 담긴 15초 분량의 원본 영상과 웹캠, 목소리 데이터 등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합성물이 타인을 성적 대상화 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사이버 보안 연구회사 '딥트레이스'가 발표한 딥페이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에 올라온 딥페이크 영상 중 96%가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었다. 특히 얼굴 합성 피해자 중에는 미국·영국 여배우(46%) 다음으로 K팝 가수 등 한국 여성 연예인(25%)이 많았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딥페이크 관련 범죄 처벌 규정이 미미하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지난해 3월 국회는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당시 영상 소지자와 합성 제작 의뢰자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딥페이크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 논란이 됐다.
이렇다 보니 더욱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 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8일 오후 2시50분 기준 약 38만116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딥페이크는 엄연한 성폭력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성적 범죄 행위의 피해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해당 딥페이크 영상이 판매되기도 한다"면서 "딥페이크 사이트, 이용자들의 강력한 처벌과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딥페이크 범죄의 경우 여성 연예인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며 수사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딥페이크 성 착취물은 텔레그램 등 가해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플랫폼에서 생산,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수사기관이 수사를 시작한다고 할지라도 가해자 특정을 하기 어렵다"며 "그렇기에 피해자 측에서도 딥페이크 범죄를 신고하려고 했을 때, 범인이 잡힐까 하는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여성 연예인의 경우 본인의 딥페이크 영상을 신고하기 어렵다. 신고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 영상을 찾아보고 주목할 게 뻔하기에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대표는 "지난해 '딥페이크 처벌법'이 통과됐지만, 최근에도 국민청원을 통해 '강력처벌을 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처벌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딥페이크물에 대한 생산, 유포 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과 연관있다"며 "여전히 수사적인 한계가 있다. 수사기관에서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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