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첫 법관 탄핵' 151명 의원 동의..가결정족수 넘겼다

김원철 2021. 1. 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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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안 발의에 '전체 의석 과반 이상' 동의
여권, '통과' 전망 우세 속 "무기명 투표 장담 못 해" 신중론도
보수 야권, "살풀이식 창피 주기" "판사 길들이기" 강한 반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왼쪽 두번째)과 416가족협의회, 416연대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분수대 앞에서 “‘사법농단\

더불어민주당이 2월 말 퇴직을 앞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 절차에 사실상 돌입하면서 헌정 사상 첫 판사 탄핵안이 빠르면 2월 초 국회를 통과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9일 현재 탄핵 소추안 발의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이 가결정족수 151명에 달해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수 야권은 “판사 길들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온종일 ‘도장’ 받느라 분주

민주당 이탄희 의원실은 김용민·박주민·이소영·민형배 의원실 등과 함께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해 온종일 의원들의 ‘도장’을 받으러 다녔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탄핵 소추안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의원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포함해 151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 관계자는 이날 “다음달 1일 오전까지 뜻을 모으면 가결정족수 ‘151명’을 훌쩍 넘긴 의원들이 발의안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 소추안이 새달 1일 발의되면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고, 3일 또는 4일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법은 탄핵소추가 발의되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보고된 때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하도록 되어 있다.

당내에서는 가결 전망이 우세하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와이티엔>(YTN) 라디오에 나와 “법관 탄핵을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 안 해도 충분히 탄핵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4일까지 아마 탄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 소추안을 준비 중인 이탄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임 판사는) 법원도 판결을 통해 재판독립을 침해한 반헌법 행위자로 공인한 사람”이라며 “재판독립을 침해한 사람을 헌법재판에 회부하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의무다. 비위 판사가 명예롭게 퇴직하고 전관 변호사로 활약하고 다시 공직에 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민주당 안에서는 가결 전망을 높게 보는 이유로, 임 부장판사의 헌법 위반 행위가 판결문에 적시되어 있다는 점, 윤석열 검찰총장·정경심 교수 1심 재판 등을 거치며 지지자들 사이에 사법 개혁 지지 여론이 높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다만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법관 탄핵 추진파인 한 의원은 “많은 의원들이 지지자 눈치를 봐서 발의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릴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주범은 양승태(전 대법원장),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인데 그들은 탄핵 못하고 임 부장판사만 해서 되느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탄핵안 투표가 무기명이라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거 두 차례 법관 탄핵 시도는 실패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는 헌정 사상 이번이 세 번째다. 1985년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당론이 아닌 개별적 판단에 따라 자유투표를 하게 된다. 법관 탄핵안도 인사 관련 표결인만큼 당론으로 표결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재적의원 과반수인 151명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맡는다. 탄핵안 가결 후 국회는 헌재에 탄핵 심판을 청구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26일 국회 앞에서 사법농단 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야권, “법원 길들이기” 맹비난

보수 야권은 민주당의 판사 탄핵 추진에 거세게 반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만일 ‘살풀이식 창피 주기’라든지, ‘법원의 코드인사와 판결을 이끌기 위한 길들이기’ 탄핵이라고 밝혀진다면, 감당하기 힘든 국민적 역풍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도 책임 있게 법관과 법원을 총괄한다면 당연히 국민 앞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 저녁 여당의 탄핵 추진 발표 직후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으나 적극적인 공세 태세로 전환하며 민주당에 맞서는 모습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과 국민의힘 의원들도 민주당의 판사 탄핵 추진이 사실상 “판사 길들이기”라고 일제히 주장했다. 판사 출신이자 서울시장 선거 후보로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판사탄핵, 이제 대한민국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사법부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그 사법부마저 이제 친문권력 아래 꿇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판사탄핵의 시계가 이렇게나 빨라진 것은, 분명 최강욱 의원 1심 재판에 대한 앙갚음으로 보인다. ‘감히 조국 수호대를 다치게 한 죄’를 묻겠다는 것”이라며 “판사의 손발마저 정치권력에 의해 묶이면, 문재인 정권은 거침없이 독재의 길로 내달릴 것”이라고 했다.전날 서울중앙지법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실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우려했던 대로 민주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판사탄핵’에 시동을 걸었다”며 “자기 진영에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을 대놓고 위협해 길들이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게 아니면 무엇이겠나. 이 안하무인의 오만한 민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국민과 서울시민 여러분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원철 김미나 기자 wonchul@hani.co.kr

▶바로가기 : 민주당 “헌법 어긴 판사, 탄핵 않는 건 국회 임무 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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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가기 : 이탄희 “법관 탄핵이 사법부 독립 침해? 영국은 1년 20~30명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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