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같은 위기에도 '되는 목회' 하려면..

입력 2021. 1.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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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사명 넘어 소명을 붙들라 <1>
김연희 목사가 2004년 9월 서울 성북구 신생중앙교회 입당 감사예배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목회현장에 위기가 찾아왔다. 다들 목회가 안 된다고 아우성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되는 목회’가 있다.

목회자는 모세가 호렙산에서 불붙은 떨기나무를 봤듯이 분명한 부르심, 즉 소명이 있어야 한다. 소명이 없다면 목회라는 사명을 수행하다가 반드시 지치게 돼 있다.

소명이 부족한 목회자는 코로나19와 같은 고난 앞에 얕은 밑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반면 소명이 분명한 목회자는 고난의 강도가 세질수록 더욱 강해진다. 지금부터 목회사명을 넘어선 분명한 소명이 왜 중요한지, 되는 목회의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40여년 목회 여정을 통해 소개한다.

나는 불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불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종교에 관심을 갖도록 한 사람은 어린 조카였다.

조카는 주일이면 꼬박꼬박 교회에 나갔다. 큰형님은 불교 신자였지만, 아이가 아직 어려서 놔두는 것 같았다. 조카는 틈만 나면 졸랐다. “삼촌, 교회 가자.”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어린 조카가 예수님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늘 자랑하는 이유가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970년 어느 날, 같이 태권도를 하는 친구들과 부대찌개를 먹으러 동두천에 갔다. 거리를 걷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예에수 미드으세욥.”

외국인 청년이었다. 그는 손짓 발짓으로 내게 예수님 얘기를 했다. 그리곤 소책자를 하나 주고 가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구겨진 소책자를 꺼냈더니 ‘요한복음’이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요 1:1) 문장 속 하나님의 존재가 나를 확 잡아끌었다. ‘교회에 아무것도 없다면 저렇게들 하나님을 인정하며 교회에 다닐 리 없지. 나 같은 사람도 교회에 나갈 수 있을까.’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요 3:16) 우리를 위해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을 주셨다는 하나님 그분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궁금증에 밤을 새운 나는 아침이 되자마자 책 속에 들어있던 ‘나일선 성경 통신신학’ 안내서를 들고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그렇게 통신신학으로 먼저 복음을 접했다. 통신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교회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무엇이든 한번 결심하면 곧장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신앙에 대한 목마름까지 밀려왔다. 문제는 내게 교회에 가자고 말해 준 어른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대로 앉아만 있다가는 평생 교회 문턱도 못 밟아볼 것 같다.’ 앞집에 사는 동네 동생의 누나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얼른 달려가 대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다짜고짜 소리쳤다. “야, 너희 누나 교회 다니지. 내일 나 교회 좀 데리고 가라 해.”

다음 날 아침, 앞집 누나가 왔다. 얼른 준비하고 누나를 따라 서울 월계동에 있는 작은 교회에 도착했다. 그러나 역사적인 날이라는 기분도 잠시였다. 뭔가 이상했다. 예배 시간은 생각보다 길고 성찬식이라는 이상한 의식까지 했다.

‘예배 시간에 빵 조각을 먹고 포도주까지 마시다니. 교회에서는 술 담배를 금하며 경건하게 사는 줄 알았는데 버젓이 포도주를 나눠 먹는구먼.’ 실망스러웠다. 설교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주일마다 교회 집사님이 찾아왔지만 일부러 피했다. 한 달이 지나 발걸음이 끊어졌는데 이상하게도 교회 생각이 계속 났다.

결국, 6개월 만에 스스로 그 교회에 다시 갔다. 출석한 지 3주째가 되자 목사님이 아이들을 가르치라며 주일학교 공과를 주셨다. 집에 와서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교회 정착에 도움을 준 집사님께 하소연했다. “집사님, 저도 모르는 내용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습니까. 부담돼서 교회도 못 나가겠습니다.”

집사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 선생님을 하나님께서 무척 사랑하시는 것 같군요. 교회에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시는 것 보면 말이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세요. 하나님께서 세우시면 반드시 도와주실 겁니다. 이제부터 십계명과 주기도문도 외우셔서 좋은 교사가 되세요.”

공과책을 여러 번 읽어보고 성경책을 찾아 십계명과 주기도문도 읽어봤다. 한참 읽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무섭고 시커먼 큰 형체가 있었는데 언젠가 설교시간에 들은 마귀 같았다. 그 뒤에는 흰옷을 입은, 찬란하게 빛이 나는 분이 있었다.

이때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누구를 택하겠느냐.” 그래서 “앞에 있는 마귀는 싫습니다. 저분, 찬란하게 빛나는 분에게 가겠습니다.”

순간 검은 형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찬란하게 빛나는 그분이 나를 안았다. “아버지.”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였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오랫동안 불러보지 못한 이름을 소리도 없이 되뇌었다.

김연희 목사
약력=1951년 경북 김천 출생. 백석신학교 졸업, 미국 미드웨스트대 목회학박사, 예장백석 신학연구위원장, 극동방송 ‘소망의 기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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