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서 돈 받는데 누가 일해요"..'실업급여 중독자' 1만명

김남준 2021. 1. 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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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으로 짧게 일하고 실업급여를 계속 타는 지인이 있는데 보기 안 좋다”
“실업급여 받으려고 날짜 채워서 일 그만두는 사람들 때문에 골탕 먹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처럼 ‘주변에 실업급여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수급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내용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최근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구한 뒤 그만두고, 구직급여를 받으며 쉬다가, 다시 단기 일자리를 구해 반복해서 타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직급여 부정수급 적발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30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적발한 구직급여 부정수급액은 222억7100만원(2만3000건)이다. 지난달 부정수급액을 아직 집계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전년의 수급액과 건수를 뛰어넘었다.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이직사유를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취업 사실을 숨기고 구직급여를 받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구직급여는 180일을 근무한 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잃으면 4개월간 받을 수 있다. 지급액은 하루 최소 6만120원.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4만6584원)보다 29.1% 올랐다. 구직급여는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실업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해 통상 실업급여로 불린다.

구직급여 부정수급은 2017년 317억1900만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뒤, 2018~19년에는 모두 200억원 미만으로 줄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해외에 거주하면서 구직급여를 불법으로 받는 사람들에 대해 고용부와 감사원이 특별단속을 시행해 적발액수가 특히 많았다. 당시를 제외하면 지난해 부정수급으로 새어나간 돈은 지난해가 사상 최고 수준이다. 12월 집계분까지 더해진다면 적발 건수와 적발액 모두 더 늘어날 수 있다.

1인당 구직급여 부정 수급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인당 적발한 부정수급액으로 보면 지난해 11월까지 평균 96만원이었다. 2016년(105만원)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적발 금액이 가장 많았던 2017년(93만원)보다도 많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구직급여 지급 건수 자체가 많은 데다가 지급액도 늘어나는 추세라 그만큼 부정수급액도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기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이를 타가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았다. 지난해 1~11월 구직급여를 받은 사람 중 1년 안에 중복으로 수급한 사람은 1만4000명(667억3800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1년 내 재신청해 구직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최근 5년간 9만2500명, 이들이 지급받은 실업급여액만 3700억원이 넘었다.

지난 5년간으로 보면 5회 이상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한 사람도 1만명(478억21000만원)이다. 5년 동안 매해 단기 일자리→구직급여 수급을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실업급여 중독자’로 불린다.


고용기금 고갈…횟수 제한, 수급 요건 강화해야
실업급여를 여러 번 받아도 제한이 없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놀면서 돈 받는데 누가 일을 하나" 같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이렇게 새어나가는 구직급여액은 늘고 있지만, 고용보험기금은 사실상 고갈 상태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고용 한파로 구직급여 지급 대상과 기간이 늘어나면서 누적 지급액(11조8507억원)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프리랜서ㆍ특수형태고용종사자(특고)에게도 구직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해서 기금 부담은 더 늘었다.

실업급여 수급 신청자들이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관련 교육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부정ㆍ반복 수급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횟수 제한, 수급 요건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업급여는 노사가 내는 고용보험기금으로 운영되는데 소수 가입자가 이 기금을 남용한다면 다른 사람의 기금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준병 의원은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부정수급, 불필요한 반복 수급이 늘면서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며 “엄격한 기금 관리로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ㆍ손해용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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