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성추행 사건' 해결 방식, 관련 반응 "시끌"

2021. 1. 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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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성추행 가해자인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형사고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한 시민단체가 김 전 대표를 고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장 의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상황에서 고발의 자유는 인정돼야 하며 공인인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단순히 '피해자 의사 우선 존중' 원칙과 '비(非)친고죄' 원칙의 충돌로만 보는 것은 핵심이 아니며,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장 의원 선택한 방식, 친고죄 폐지 목적 실현한 것"

장 의원은 형사고소 대신 당내 '공동체적 해결'을 희망했습니다. 형사처벌을 전제하지 않는 이같은 문제 해결 방식을 두고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라거나 '뭉개기'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성범죄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다는 친고죄 조항이 폐지된 맥락을 고려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성범죄 친고죄 조항은 2013년 6월 폐지됐습니다. 가해자가 친고죄를 악용해 피해자를 압박하거나 회유하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입니다. 친고죄가 아닌 다른 범죄보다 성범죄가 가벼운 범죄로 인식되는 일을 막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오늘(30일) "정의당과 장 의원은 피해를 덮어두지 않고 알림으로써 사법적 방식을 택하지 않고도 친고죄 폐지가 지향한 목적을 실현했다"며 "이는 피해를 묻어두거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피해자 스스로 망각하도록 하는 것과는 정반대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 서혜진 변호사는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됐으니 제3자의 고발은 피해자 의사와 전혀 무관하다는 식으로 논쟁이 흘러가선 안 된다"며 "장 의원은 정의당이라는 안전한 조직에 속했기 때문에 공동체적 해결을 할 수 있었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어떤 범죄든 신고 여부나 해결 방식을 선택할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 성범죄 피해자에게 유독 '피해자다움' 요구

일각에서는 장 의원처럼 형사처벌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 사례에 대해 '전형적인' 성폭력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며 비난합니다. 그러나 어떤 문제 해결 방식을 취하느냐를 두고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자다움'을 재단하는 것도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혜정 부소장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거나 하지 않기로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추궁이 뒤따른다"며 "피해자는 사건 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깊이 고민한 뒤 사건의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대응 방식을 택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김 부소장은 이런 관점이 '다른 이들은 해결 과정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피해자의 선택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라 비슷한 피해자의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 사실을 덮고 지나가지 않고 해결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담긴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 성폭력 문제 해결 방식은 다양…궁극적 목표는 '피해자 회복'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11년 발간한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DIY 가이드 보통의 경험'에 따르면 피해자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사법제도를 통한 해결은 수많은 방법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책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 해결 방식은 크게 ▲ 개인적 해결 ▲ 사법 제도를 통한 해결 ▲ 소속 집단 내 해결 ▲ 국가인권위원회 등 기타 권리구제 제도를 통한 해결로 구분됩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이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고 가해자에게 진심 어린 개인적 사과를 받기를 원한다면 가해자에게 교육이나 사회봉사를 이수하도록 하거나 자필 사과문을 받아내는 등 개인적 해결 방식을 택할 수 있습니다.

포항공대 인권자문위원인 박찬성 변호사는 "성폭력 사안에서 가해자에게 응보적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이자 원칙일 수 있다"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또 다른 고통을 겪으면 진정한 의미의 회복이자 문제해결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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