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까지 '단독보도'..조국 딸은 취업할 수 있을까

정철운 기자 2021. 1. 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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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조민 피부과 의사 만들기 플랜" 기사에 오보 주장하며 법적 대응 예고…'공중의 정당한 관심사' 쟁점 일 듯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 증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와 무관하며, 조씨를 위해 증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중앙일보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중앙일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의혹 제기와 오보 논란을 넘어 조민씨 관련 보도에 있어 어디까지를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로 봐야하느냐는 고민을 던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8일 “조민씨가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해 면접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병원 안팎에서는 조씨의 합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복수의 병원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이어 “국립중앙의료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어, 조씨의 인턴지원을 둘러싸고 복지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복지부가 올해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을 1명에서 2명으로 증원한 배경에도 의혹이 일고 있다”며 “복지부가 지난해 레지던트 전체 정원을 4명 더 늘려 뒷말이 무성하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를 쓴 안혜리 기자는 같은 날 '조민의 신의 한 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복지부의 석연찮은 정원 늘리기가 조민 피부과 의사 만들기 플랜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1월28일자 중앙일보 안혜리 칼럼.

보건복지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기사에서 '별도 정원'으로 지칭한 정원은 권역응급·외상·심뇌혈관질환센터,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등 민간기관을 포함한 공공의료 수행 기관에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추가로 배정하는 '정책적 정원'으로, 정책적 정원은 당해연도에 한해 배정되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매년 새로 결정된다”고 설명하며 “조민 씨는 인턴에 합격하더라도 1년 간 인턴 수련을 거쳐야 하며, 인턴은 전문과목 배정 대상도 아니므로 올해 배정된 피부과 레지던트 정원은 시기적으로도 조민 씨의 전공 선택과 무관하여 정책적 정원 배정으로 인한 혜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원을 늘린 적은 한 번도 없으며 공공의료와 무관한 인기과목인 피부과를 증원한 것도 통상적 전례를 벗어난 것”이라는 기사 대목에 대해서는 “2018년에도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정원이 추가 배정된 바 있다”며 “외상·화상 및 피부질환 치료 등 공공의료 수행을 위해 피부과 정원을 배정한 것으로 통상적 전례를 벗어난 것이라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보도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또한 즉각 반발하며 “레지던트 모집은 작년 2020년 11월에 배정완료되고 11월26일 모집공고 이후 12월18일 전형이 끝나 올해 1월 특정 개인의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지원 여부와 전혀 무관하다. 인턴모집에는 전공과의 지정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정원은 2015년부터 올해까지 32-31-30-29-28-29명으로 올해는 작년보다 1명 늘었으나 그것은 예전 정원을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특정 개인의 인턴지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의 전공의 정원 변화를 엮은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억측”이라고 비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5%의 면접 성적 반영 비중도 “일반적인 면접 기본점수를 고려하면 당락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고 전공의 임용시험 배점기준에 따라 내신(20%), 국시(65%) 성적과 그에 따른 석차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하며 “시중에 떠도는 허구와 억측에 기반한 악의적 보도 내용과 정치적으로 가공된 자극적인 제목으로 국립중앙의료원 기관과 기관장 개인의 명예에 심각한 위해를 가한 중앙일보와 안혜리 기자를 대상으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재판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중앙일보 보도는 조민씨가 부모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부정입학 공범자'이며 그의 의사면허 취득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제로 조씨의 '취업과정'을 지속적으로 좇으며 특혜 가능성을 감시하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언론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문제지만 그것과 조민씨의 사생활을 터는 건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선 조민씨를 최서원(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와 비교하며 보도의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유라씨의 경우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실이 드러나자 2016년 12월 이대가 즉각 퇴학·입학 취소를 결정했고 정씨 스스로도 “입학 취소는 당연하다”고 밝힌 반면, 조민씨의 경우 어머니 정경심씨가 표창창 위조 등 여러 불법행위가 인정돼 유죄를 받았지만 여전히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입학 취소 여부 판단을 미룬 상황이다. 공인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한 조민씨의 사적인 취업활동까지 보도하는 것을 두고 과연 어디까지를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로 봐야 할지가 향후 법적 다툼에서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조민씨를 향한 지나친 취재는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합리적 비판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해 8월28일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제목의 기사를 지면에 보도하고 바로 다음날 '바로잡습니다'를 내고 “이 기사는 조민씨나, 조민씨가 만났다는 A교수에게 관련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작성된 것”이라며 “기사로 피해를 입은 조민씨와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조선일보 기자 2명과 사회부장, 편집국장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했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조민씨의 주거지 건물에 들어가 초인종을 누르며 취재에 나섰던 TV조선 취재진을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에 따른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지난 27일 '[단독] 조국 딸,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면접 봤다'란 제목의 기사를 냈고, 지난 29일에는 '[속보] 조국 전 법무장관 딸, 국립중앙의료원 인턴 불합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면접까지 '단독보도'되는 현실에서 조민씨의 취업은 가능할까. 조씨의 취업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전직 장관 딸의 인턴 면접과 탈락 사실은 '공중의 정당한 관심사'인가. 조민은 공인인가. 조민은 범죄자인가. 권력 감시라는 이유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디까지 공개될 수 있을까. 언론이 놓치지 말아야 할 고민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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