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궤도 위성 한국이 할 수 있겠어?" [우정이야기]

2021. 2. 2. 16: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
“다리가 풀리는 것만 같았다.” 지난해 2월 발사한 인공위성 ‘천리안 2B호’의 환경탑재체(GEMS) 개발에 관여한 고대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탑재체가 첫 영상을 보내왔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다. “실패하면 어떡하나 겁이 났었거든요. 정신을 차리고 데이터들을 보니 상당히 신뢰도 높은 데이터들이 내려오고 있더라고요. 아주 뿌듯했죠. 탑재체가 참 기특했고….”

우정사업본부 제공


적도 상공 약 3만6000㎞ 고도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에 맞춰 약 3㎞/s로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B호’의 환경탑재체는 동아시아 일대의 미세먼지(에어로졸), 이산화질소, 오존, 이산화황, 포름알데히드 등을 관측한다. 환경탑재체의 공간해상도는 이산화질소와 오존의 경우 7㎞×8㎞ 수준(에어로졸은 3.5㎞×8㎞)인데, 고 선임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영상에서 “이는 지상에 7~8㎞ 간격으로 관측소를 세운 것과 같은 효과”라고 설명했다.

천리안 2B호의 환경탑재체가 보낸 영상(2020년 8월 6일, 9월 9일, 10월 20일 관측)은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됐다. 10월 20일 관측 영상에서는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와 고농도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유입되는 모습이 담겼다.

예전에는 인공위성으로 미세먼지를 관측하는 것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과 한국 연구진이 2016년 서울에서 미세먼지와 오존 등 대기오염물질을 관측·연구했을 때도 주로 미국 위성관측장비인 MODIS·VIIRS·MOPITT·OMI 등이 동원됐다. 모두 미국의 저궤도 위성(테라·아쿠아·아우라·수오미 NPP 위성)에 실린 환경탑재체들이다. 1000㎞ 고도 내외의 저궤도 위성은 지상을 자세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00분 정도의 주기로 지구를 돌기 때문에 한 지역을 오래 관찰할 수 없고 하루에 1~2회만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정지궤도 위성은 다르다. 위성의 공전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와 같기 때문에 위성이 지구의 그림자에 들어가거나(위성식), 위성과 태양이 같은 방향에 위치할 때(태양 간섭)를 제외하고는 항상 같은 장소를 관측할 수 있다. 천리안 2B호의 환경탑재체는 이런 이유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환경탑재체이다.

고 선임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유튜브 영상에서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그렇게 쉬웠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더 일찍 하지 않았겠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한국이 무슨 이런 걸 개발하나?’, ‘정말 할 수 있겠냐’ 이런 뉘앙스의 반응을 보인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개발이 진행되고 성공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외국에서 우리 정보를 받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위성(통신·해양·기상관측위성) ‘천리안 1호’의 발사 10주년을 맞아 ‘우리 위성 천리안’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기념우표에는 정지궤도 기상관측위성인 ‘천리안 2A호’(2018년 발사)와 환경·해양관측위성인 ‘천리안 2B호’의 모습도 담았다.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기념우표 발행을 통해 한국 우주개발 기술과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덕 뉴콘텐츠팀 기자 duk@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신문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