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검사실 '증언 연습' 확인됐다

김경래 2021. 2.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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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하 한명숙 사건) 검찰 수사팀이 재판정에 서게 될 증인을 상대로 ‘증언 연습’을 시켰다는 수사팀 관계자의 진술을 대검 감찰부가 확보했다. 이는 지금까지 "검사의 위증 교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던 한명숙 사건 수사팀의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이다. 증인 김 모 씨가 출소 이후에도 법정 증언을 앞두고 적어도 10차례 이상 검사실에서 강도 높은 조사 또는 연습을 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감찰부가 폭로 당사자인 죄수H를 조사한 문답서를 입수해 이 같은 내용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또 한명숙 사건 재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 위증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증인 김 씨가 법정 증언 두 달 전에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은 녹취록을 확보했다. 이 녹취록과 법정 증언을 비교해보니 김 씨의 진술은 두 달 사이 크게 달라졌다. 검사실에서는 잘 기억이 안난다고 하거나 명확히 진술하지 못한 내용을 법정에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진술한 것이다. 검사실을 드나들며 증언 훈련을 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증인 김 씨가 법정 증언을 한 것은 2011년 2월 21일과 3월 23일이다. 김 씨의 모해위증과 검사의 모해위증교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김 씨와 수사팀에 대한 공소시효는 3월 22일 완성된다. 한명숙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대검 감찰부가 증인 김 씨와 수사팀 검사를 기소하려면 이 시한 안에 해야한다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대검 감찰부가 죄수H를 조사한 문답서와 증인 김 씨의 검찰 조사 녹취록을 입수했다. 

뉴스타파, 대검 감찰부 ‘죄수H 문답서’ 입수

지난해 뉴스타파의 <죄수와 검사한명숙> 보도 이후, 지난해 6월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은 감찰에 착수했다. 검사가 증인들에게 위증을 교사했는지 여부가 감찰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을 중앙지검에 넘겨 감찰 방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10년 7월 한명숙 전 총리는 동향의 사업가 한만호로부터 9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서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고 진술했던 한만호는 2010년 12월 법정에서 "돈을 주지 않았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이후 검찰은 한만호의 동료 재소자였던 김 모 씨와 최 모 씨를 법정에 세워 한만호가 법정에서 한 진술 번복이 거짓이라는 증언을 끌어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한만호의 진술 번복을 탄핵하기 위해 김 씨, 최 씨와 함께 증언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죄수H를 찾아내 당시 수사팀의 의증 교사 의혹을 폭로했다.

대검 감찰부는 최근 검찰의 모해위증교사(남을 해할 목적으로 위증을 교사한 행위) 의혹을 폭로한 죄수H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뉴스타파는 죄수H의 변호인을 통해 감찰부의 ‘조사 문답서’를 입수했다.

검찰 측 증인 김OO, 출소 후에도 수시로 검사실 출입

문답서에는 2011년 당시 한명숙 사건 수사팀이었던 엄희준 검사실의 조사 일정이 첨부돼 있다. 한만호는 2010년 12월 20일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측 증인인 동료 재소자 김 씨는 2011년 2월 21일, 3월 23일 증언했고, 또다른 동료 재소자 최 씨의 증언은 3월 7일이었다. 감찰부가 확인한 조사 일정은 1월 27일부터 4월 26일까지이다. 한만호의 진술 번복과 김 씨의 법정 증언 사이 김 씨가 검찰에서 몇 번이나 조사를 받았는지가 확인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보도 당시 죄수H와 최 씨의 검사실 출정기록은 확보해 보도했지만, 김 씨는 2010년 출소한 상태여서 재소자 신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기록을 확인할 수 없었다. 감찰부가 작성한 조사 일정에는 김 씨의 공식적인 검사실 출입 기록이 포함돼 있다.

증인 김 씨, 최 씨의 법정 증언 일정. 김 씨의 검사실 출입 기록은 지금까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뉴스타파가 확보한 대검 감찰부의 문답서를 통해 김 씨의 검사실 출입 기록이 확인됐다.

2011년 1월 27일부터 김 씨의 2차 법정 증언이 있었던 3월 23일까지 죄수H는 21번 검사실에 불려갔다. 최 씨는 18번이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대검 감찰부의 문답서에 따르면 김 씨는 2010년 9월 출소했던 상태였지만 이 시기 검사실을 기록으로 확인된 것만 10번이나 방문했다. 김 씨는 지난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출소 이후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검찰 직원을 따라 건물(중앙지검) 뒷문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따라서 실제 검사실 방문 횟수는 이보다 많을 가능성이 높다.

최 씨의 경우 본인의 법정 증언이 끝나고 나서도 김 씨의 증언이 끝날 때까지 엄희준 검사실에 3번을 출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씨와 최 씨, 죄수H가 같은 날 조사를 받은 것도 8번에 이른다. 밤 11시를 넘어서까지 조사를 받은 날이 적어도 7번에 이른다. 피의자가 아니라 단순 참고인, 목격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강도 높게 조사한 이유는 뭘까.

검찰은 증인 김 씨와 최 씨, 그리고 죄수H를 증언을 앞두고 수십 차례 검사실에 부른다. 

“엄희준 검사실 관계자, 증인신문 연습 사실 인정”

감찰부 문답서에는 “엄희준 검사실 관계자들이나 김 씨는 증인신문 연습 사실은 인정(중앙지검 기록 2314면)”했다고 적혀있다. 통상적인 조사를 넘어서 검사와 증인이 법정 증언을 연습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한명숙 수사팀은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죄수H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라고 답했었다. 대검 감찰부의 조사 결과 뉴스타파에 답변한 것과는 달라진 입장이 확인된 것이다. 법정 증언을 앞두고 적어도 김 씨가 10회 이상 검사실에 방문했고, 밤 늦게까지 무언가를 한 객관적 기록이 발견된 이상 완전히 부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검 감찰부가 죄수H를 조사한 문답서. 대검 감찰부 조사에 따르면 한명숙 수사팀 관계자는 증인과 함께 '증인 신문 연습'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수사팀 관계자들은 대검 감찰부 조사에서 “증언 연습시 답변 내용을 바꾸라고 하지 않았고, 간단명료하게 하라거나, 없는 얘기를 더 보태지 말라고 했다(중앙지검 기록 2314면)”고 문답서에 돼 있다. '연습'은 했지만 증언 내용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죄수H는 문답서에서 “수사팀이 '사전 급조한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하라했고, 수사팀이 급조한 내용 외에 다른 얘기를 보태지 말라 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간단명료하게 보태지 말라고 한 것은 맞지만 ‘수사팀이 급조한 내용에서’라는 단서가 빠졌다는 주장이다. 뉴스타파는 검찰에 이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죄수H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신장식 변호사는 “(김 씨가) 10차례 (검사실에) 나가서 도대체 뭘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증인을 지나치게 여러 번 불러 증언을 연습하는 행위는 “공개재판주의와  적법절차를 위반하고,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청에서 사라진 증인 김 씨 검찰 조사 영상

죄수H는 대검 감찰부 조사에서 “검사실에서 충분한 훈련을 받은 뒤 진술을 영상 녹화했고, 관련 서류에 서명과 날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나 최 씨, 죄수H가 수십 차례 불려간 검사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할 수 있는 영상 등 객관적인 자료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조사 영상’의 존재 여부는 2011년 한명숙 사건 재판 당시에도 쟁점이었다. 당시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검사는 의견서에서는 “(김OO, 최OO 증인 관련) 당사자를 면담하고 있을 뿐 조서나 진술서, 영상녹화 등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기재하면서도 2011.3.7. 공판 기일 당일에는 “증인 김OO에 대하여는 영상녹화를 하였고, 증인 최OO이나 공소외 한OO(죄수H) 등에 대하여는 하지 않았다”고 구두로 진술하였습니다. 
- -2011년 한명숙 변호인단 의견서  중

증인들에 대한 사전 조사(혹은 연습)를 녹화했는지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검찰측 말이 오락가락 바뀌었다는 지적이었다. 문답서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도 “2011년 한명숙 수사팀이었던 엄희준 검사는 ‘영상녹화CD가 있다는 것은 변호인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인의 자료 제출) 요청을 불허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변호인은 결국 재판부의 증거개시결정으로 영상녹화CD를 확보했다. 다만 검찰이 재판에 제출한 영상은 2010년 12월 27일 증인 김 씨를 조사한 것 단 한 개뿐이었다.

2010년 한명숙 수사팀은 증인 김 씨를 법정 증언 두 달 전에 검사실에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녹화했다. 위 사진은 뉴스타파가 취재를 토대로 재구성한 화면이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해 한명숙 수사팀에게 이 영상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이 영상 자체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검찰보존사무규칙에 따르면 유기징역이나 금고 형 이상이 확정된 사건 기록은 영구 혹은 준영구 보관하도록 돼 있다. 준영구는 최소 70년을 의미한다.

내부에서 영상을 구하지 못한 대검 감찰부는 결국 과거 한명숙 변호인단에 “검찰에 있어야 하는 기록인데 없다, 영상이 혹시 있으면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에 영상이 없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렵게 자료를 찾아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사건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다면 영상은 사라질 뻔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에 영상 자료가 보관돼 있는지 질의했지만 역시 “답변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검사실 조사와 법정 증언, 달라진 진술

변호인단은 감찰부에 영상을 제공했지만 법적인 문제로 언론에는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다른 경로로 녹취록을 확보했다. 2010년 12월 27일 서울중앙지검 한명숙 수사팀 엄희준 검사실에서 검사가 김 씨를 30분 정도 조사한 내용이다. 김 씨의 1차 법정 증언은 2011년 2월 21일, 법정 증언 두 달 전이었다.

김 씨의 검사실 조사 녹취록과 두 달 뒤 법정 증언 내용을 비교 분석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검사실 조사에서는 엉성하고 정확하지 않았던 진술이 두 달 뒤 법정에서는 세부적이고 정확해진 것이다.

우선 한만호와의 첫 만남에 대한 진술부터 달랐다. 김 씨는 검사실 조사에서 한만호를 검찰청 구치감에서 만났는지 구치소 접견장에서 만났는지 기억을 못했다. 그러나 법정 증언에서는 날짜와 장소,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정확하게 진술했다.

물론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정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아예 사실 관계가 배치되는 진술도 발견된다.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언제 알게 됐는지에 대해, 김 씨는 검사실 조사에서는 '처음 만난 날 뇌물을 준 것 때문에 조사를 받는 것 같다고 말하고, 2~3일 뒤 한명숙 국무총리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법정에서는 '처음 만난 날 저녁에 한명숙 총리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지난해 뉴스타파와 전화 통화에서는 '감옥에서 한만호를 만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했고, 지난해 KBS와 인터뷰에서는 '한만호가 직접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만호는 법정 증언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뇌물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김 씨의 4가지 진술. 검사실 조사, 법정 증언, 뉴스타파 인터뷰, KBS 인터뷰. 모두 사실 관계가 다 다르다. 

증인 김 씨는 어디서 사실 관계를 ‘학습’했을까

증인 김 씨의 검사실 진술과 법정 증언이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어떻게 돈을 전달했느냐’에 대한 것이다. 김 씨는 검사실 조사에서 돈을 전달한 순서는 모른다는 전제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달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달 뒤 법정에서는 돈을 준 순서와 일시까지 정확하게 기억했고, 아파트 '주차장'은 아파트 '근처'로 바뀌었다. 김 씨의 법정 증언은 검찰의 수사 내용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이다.

죄수H는 김 씨와 최 씨, 그리고 본인이 법정 증언을 앞두고 검사실에서 혹독한 증언 훈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죄수H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컴퓨터에 써주면 그걸 그대로 베끼고, 검찰이 작성해 놓은 대로 연습을 했다”고 주장했다. 감찰부 조사에 따르면 김 씨와 최 씨, 죄수H는 법정 증언을 전후로 모두 8일 동안 같은 날 검사실 조사를 받았다. 죄수 H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두 달 사이 김 씨의 증언이 정교해진 것은 이같은 학습의 결과였을 거라고 추정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김 씨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여러차례 전화했지만 김 씨는 뉴스타파라는 말을 듣자마자 끊었다. 엄희준 검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카카오톡은 읽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 검찰에도 질의를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김 씨의 모해위증 의혹, 그리고 검찰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의 최종적인 공소시효는 3월 22일이다. 증인 김 씨와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증언 연습을 했다'는 증언을 이끌어낸 대검 감찰부가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 김 씨와 당시 수사팀을 기소할 수 있을까.

뉴스타파 김경래 mad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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