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3천개↓, CGV 반토막..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 직격탄

김진호,서영민 2021. 2. 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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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경제가 K자 회복, 그러니까 양극화된 회복을 보일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고통은 이어지는데, 수출과 비대면 중심 산업은 더 빨리 성장할 거란 얘깁니다.

일부 오프라인 유통업을 빼면, 대기업들은 대체로 성장하는 쪽이겠죠.

문제는 이런 대기업들 매출이 는다고 일자리가 함께 증가하는 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공개하는 가입자 자료를 토대로 일자리 현황을 살펴봤더니 지난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500대 기업에서만 9천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최근 3년 흐름을 살펴봐도 일자리 감소는 빨라지고 있는데요.

어느 업종에서 일자리가 줄었는지 김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유통 공룡' 롯데쇼핑.

지난해 국민연금 신규 가입자와 탈퇴자를 월별로 살펴봤습니다.

퇴사로 자격을 잃은 사람과 새로 입사해 자격을 얻은 사람 수의 차이, 이 빗금친 영역을 줄어든 일자리로 볼 수 있겠죠.

따져보면 퇴사자가 입사자보다 3천2백여 명 더 많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 가운데 차이가 가장 많습니다.

최근 3년간 추이를 봐도 순고용 감소 폭이 커지는 게 확인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백화점, 마트 같은 오프라인 매장 백 십여 곳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입니다.

롯데쇼핑 다음은 영화 업계의 CGV로 2천4백여 명 줄었습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국민연금 가입자가 4,100명이 넘었는데, 절반 이상이 사라진 겁니다.

이밖에 이마트와 홈플러스, GS리테일 등이 순고용 감소 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모두 대표적인 대면 업종이죠.

좀 특수한 사례이긴 한데 불매운동 타격과 코로나 영향을 함께 받은 일본기업 유니클로는 지난해 일자리 감소 폭이 배 이상 커졌습니다.

2018년 11월만 해도 6천 명 이상이던 고용인원이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렇게 어려워진 기업에서만 고용이 준 건 아닙니다.

부동산값 급등과 주식 열풍 속에 이른바 '영끌'과 '빚투' 덕을 본 업종, 금융권은 어땠을까요.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보이는 5대 금융지주, 그중 은행권을 보면 2년 전에는 1,000명 넘게 고용이 늘었는데, 지난해 오히려 400명이 줄었습니다.

비교적 코로나19 영향을 빨리 벗어나고 있는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기아에서 7백여 명이 주는 등 자동차 업계에선 1,700명 넘게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의 충격과 상관없이 일자리 숫자만 놓고 보면 대기업에도 찬바람이 불었다는 뜻입니다.

결국 코로나19가 사라진다고 해도 이런 흐름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얘긴데요.

왜 그런지 서영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 코로나 속 지난해 대기업 일자리 9천121개 줄었다 ▼

롯데와 신세계, CJ...

지난해 이런 유통 대기업에서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졌지만, 유통업계 전체로 보면 3천 개 넘게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유통업체가 급성장한 덕입니다.

쿠팡에서 만 개, 마켓컬리에서 2천 개 이상 일자리가 늘었습니다.

최근 3년간 온라인 유통업체의 일자리 증가세는 가파릅니다.

하지만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상품분류나 배송 업무에 집중돼 있습니다.

[박주근/CEO스코어 대표 : "물론 대기업에 포함되긴 하지만 아주 양질의 일자리로 보기는 어렵거든요. 고용의 질은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는 거죠."]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삼성전자, 하이닉스도 늘어난 매출이나 영업이익만큼 일자리가 빠르게 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동화 때문입니다.

자동차 업종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김용복/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장 : "로봇이 결국은 (노동)비용절감 측면이 있는데, 그 비용절감 측면이 자동차와 전기전자산업에서는 굉장히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금융권도 마찬가집니다.

카카오뱅크를 예로 들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급증하고 있지만 3년 동안 늘어난 일자리는 500개 남짓입니다.

온라인 은행이라는 특성에다 수익성은 높고 신용도 분석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고신용자 대출 등에 치중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김소영/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IT기술을 많이 활용하다보면, 고용을 그(전)만큼 안하는 경향 있기 때문에 고용유발계수는 상당히 낮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생존을 위한 기업들의 진화가 계속되면 이런 '대기업 일자리 증발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황세운/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500대 기업에서 순고용이 감소했다는 이야기는 중산층이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사소한 충격에도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일자리의 구조적인 변화에 맞춰 일자리 정책과 교육도 바뀌어야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로 대응은 오히려 늦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촬영기자:안용습 임태호/영상편집:하동우/그래픽:김현석 고석훈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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