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 검사 뒤 날아든 문자 "나 방사선사, 남친 있냐"

이호건 기자 2021. 2. 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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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관계자 "불안하면 번호 바꾸세요"

<앵커>

20대 여성이 대형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으면서 진료를 받았는데, 그 뒤 방사선사로부터 황당한 문자를 받았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환자 개인 정보를 빼내서 '사귀자'며 접근한 겁니다. 엄연한 법 위반이지만, 병원에서는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려 했습니다.

이호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대형병원입니다.

지난달 말 22살 A 씨는 이곳에서 흉부 엑스레이를 찍었다가 그날 밤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받았습니다.

스스로를 '아까 엑스레이 촬영한 방사선사'라고 소개한 남성이 차트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했다며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본 겁니다.


[A 씨/피해자 : 컴퓨터 화면에 흉부 사진 다 나오는데 되게 기분 나빴죠. 너무 걱정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일단 제 개인정보 접근했으니까 마음먹으면 집 찾아올 수도 있는 거고.]

다음 날 바로 병원에 항의했지만,

[A 씨-병원 측 통화 : (아유 죄송합니다.) 이게 그냥 웃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환자 차트를 본 거잖아요.]

정 불안하면 전화번호를 바꾸라는 식이고,

[A 씨-병원 측 통화 : 제 번호를 바꾸는 방향으로 가라 이런 말씀이신가요? (직원이 알기 때문에 불안하시면 혹시 바꿀 의사가 있으면.)]

조용히 넘기려는 태도만 보였습니다.

[A 씨/피해자 : 그냥 원래 이런 일이 좀 흔하고 귀엽게 봐달라는 듯이 이렇게 하시는 태도가 되게 불쾌했어요.]

환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다른 목적으로 쓰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대전의 한 병원 의사가 진료 기록지를 보고 여성 환자에게 사적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해고되기도 했습니다.

[신병재/변호사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나 의료법 위반 책임 물을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되는 경우엔 5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5천만 원 이하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병원 측은 의도와 달리 대응이 미숙했다며 해당 방사선사의 진료기록 접근 권한을 차단했고 진상조사가 끝나는 대로 인사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홍종수, 영상편집 : 전민규)  

이호건 기자hog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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