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편해서 쓴 줄도 모르겠다" 미국은 지금 'K마스크 앓이' 중

권승준 기자 2021. 2. 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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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KF94 마스크 찾는 미국인들
미국 최고의 감염병 전문가 중 한 명인 하버드대 에릭 페이글딩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국산 KF94 마스크를 사진을 올리며 추천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내가 가장 즐겨 쓰는 최고급 마스크는 한국산 KF94다.”

지난달 24일 미국 최고의 감염병 권위자 중 한 명인 하버드대 에릭 페이글딩(Feigl-Ding) 교수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KF94를 쓰면 입과 마스크 사이 공간이 넉넉해 말하기도 편하고 안전하다”고 썼다. 이 글은 1000회 넘게 공유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페이글딩 교수는 이전에도 트위터에 수차례 비슷한 글을 올렸을 정도로 KF94 예찬론자다. 뉴욕타임스의 건강칼럼니스트 타라 파커 포프(Pope)도 지난달 21일자 칼럼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마스크”라며 한국의 KF94를 추천했다. 그는 “브라운대 보건대학원 아시시 자(Jha) 학장에게도 물어보니 ‘의료용 N95 마스크가 가장 성능이 좋지만, 그건 의료인들에게 양보하고 일반 사람들은 N95와 성능이 비슷한 KF94로 충분하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에릭 페이글딩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KF94마스크 착용 '인증샷' /트위터 캡처

미국에서 ‘K마스크’ 열풍이 불고 있다. 느닷없는 이 관심은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 덕분이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후 미국에선 마스크 착용이 정치쟁점화 돼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은 ‘마스크 무용론’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서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시대의 많은 정책들을 뒤집고 있는데 마스크 착용 문제 역시 그중 하나다.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직접 “마스크를 써서 생명을 구하자”는 글을 올리고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대통령이 직접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주도하는 중이다.

언론도 이에 호응해 마스크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뿐 아니라 워싱턴포스트, CBS, USA투데이 등 미국 유력 매체들이 마스크를 다루면서 공통으로 추천하는 제품이 바로 KF94다. 지난달 26일 CBS는 미국 국립생물정보센터에서 실시한 마스크 성능 테스트를 소개하며 “N95와 KF94가 성능 면에선 거의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컬럼비아대 감염병 전문가 스티븐 모스 교수는 미국 공영방송 NPR 인터뷰에서 KF94를 추천하면서 “중국산 짝퉁도 많으니 반드시 한국에서 생산한 KF94 마스크를 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KF94를 ‘강추’하는 이유는 대체로 비슷하다. 성능이 좋으면서 구하기 쉽고 착용감이 좋다는 점이다. 페이글딩 교수는 “KF94는 너무 편해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도 “KF94의 가장 큰 장점은 N95와 성능이 비슷하면서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1회용으로 쓰고 버려도 될 만큼 가격도 싸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KF94를 검색하면 “가성비는 KF94가 최고” 등 미국인들의 예찬 글이 하루 수십 건씩 올라온다. 미국 네바다주에서 소매점을 운영한다는 키티 헤이스씨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KF94를 써보니 너무 좋아서 수십 박스 구매해 직원들에게 한 박스씩 나눠줬다”고 했다. 미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척의 부탁으로 KF94를 소포로 보내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사례도 있다. 독일에선 지난달 19일 상점과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착용 가능한 표준마스크 제품에 KF94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유는, 다른 표준마스크와 달리 겉면에 인증마크나 모델명 등 식별 가능한 표시가 없어 정품 여부 확인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중국산 KN95가 성능 면에서 KF94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지만 겉면에 인증마크가 있어 독일에서 표준마스크로 인정받은 것과 대조된다. 베를린에 거주 중인 서다희씨는 “KF94는 성능이나 착용감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마스크에 떨어질 게 없는데도 짝퉁인지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게 어이없다”며 “수출용품만이라도 정품 인증마크를 새기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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