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만큼만 조사해도..그들은 사람 아니다"

변상철 2021. 2.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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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구술, 수상한 섬 수상한 이야기 15] 재심 이후, 판사들 그리고 고문 수사관들

[변상철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등 '사법농단' 피고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지 125일 만인 29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2019.5.29
ⓒ 권우성
 
강희철의 구술 = "조작하는 이유가 진급하려고. 진짜 날강도거든. 국민의 세금을 갉아먹는 놈들인데. 양승태. 지금은 감옥에 들어가 있지만 그전에는 대법원장까지 해먹었잖아. 정말 우리나라니까 출세하는구나. 진짜 좋은 나라야 우리나라. 나쁜 짓 해도 대법관 되고."

2019년 1월 24일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 수감되는 장면을 마주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죄목은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직무유기,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였다.

그의 구속에 남들보다 더 큰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강희철이었다. 그 이유는 그가 1986년 12월 4일 당시 제주지방법원 주심 판사였던 양승태로부터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주심 판사였던 양승태가 강희철을 간첩으로 판단한 내용 중 일부를 살펴보자. 군 복무 시절 국군휴양소에서 근무했던 강희철이 국군휴양소를 탐지했다는 혐의인데 강희철이 기밀을 탐지했다는 이유 중 하나로 '국군휴양소에는 군인 신혼부부와 장병 가족들이 많이 와서 논다. 국군휴양소는 호텔과 마찬가지로 방이 깨끗하고 시설도 잘되어 있다'고 진술한 점을 들었다. 방이 깨끗한 것이 국가기밀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그런데도 당시 사건 재판의 책임자였던 양승태는 이런 내용의 판결 끝에 강희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승태는 같은 날 제주의 오재선이라는 피고인에게도 간첩 혐의로 징역 7년 형을 선고했다.
  
 양승태가 선고한 강희철 판결문. 이 판결로 강희철은 무기징역 복역수로 살아야 했다
ⓒ 변상철
 
"반공 이데올로기로 장사했다" 

백번 양보해서 양승태 판사가 강희철이 수사관에게 고문당하는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기 때문에 고문을 인정할 수 없었다고 해도 강희철은 60일, 오재선은 45일 이상 영장도 없이 수사 기관에 감금되어 조사받았다는 사실은 수사기록에 명백히 드러나 있다.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상 기재된 구속 기간을 훨씬 초과해 피해자를 불법 감금하며 조사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양승태는 왜 이 재판에서 불법에 침묵했는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서 인정되지 않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판사가 어찌 저버릴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이러한 침묵의 카르텔, 불법의 카르텔이 억울한 무기수를 만들어 버렸다.

강희철의 구술 = "우리가 손해를 보면 억울하다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우리 같이 조작 간첩 피해를 당한 걸 손해라고 하기엔 표현이 좀 안 맞고. 왜냐하면 이건 인생의 전체적인 게 걸린 문제잖아요. 분단의 아픔이란 말을 들어보고도 했는데 우리나라가 분단돼가지고 피해를 본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정말 간단하게 말하면 분단의 아픔으로 통합되는 것 같아도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큰 고통이에요.

단지 분단이라는 걸 이용해서 아픔을 주는 가해자가 분명히 있는데도 아직도 그걸 안 밝혀냈어요. 대통령, 국회의원이 여러 번 바뀌어도 아직까지도 밝혀내지 못했잖아요. 언론인들이 조국, 추미애 같은 사람 조사하는 것만큼만 조사해도 벌써 고문 수사관들 다 찾아냈을 거예요. 여러 언론사에서 우리들을 취재하면서 진실에 가깝게 하는데 아직도 핵심적인 것은 안 밝혀내고, 그것이 나는 진짜 아픈 거예요. 밝혀낼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아직도 안 드러나는지.

반공 이데올로기로 어떻게 보면 장사를 했다고 해야 할까, 우리 같은 사람들을 이용해서 장사했다고 하면 맞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국민을 속인 범죄인데도 국민들은 크게 그렇게 생각을 안 해. 지나면 그냥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4.3 사건도 그렇고 여러 가지 분단의 아픔들이 있는데, 정말 아픔을 만든 사람들이 있고 당사자들이 있는데.

어떤 수사관 하나는 재심 중에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도 피해자다.' 조직 건달도 아니고 위에서 시키니까 그렇게 했다는 뜻이에요. 자기들도 밥 먹고 살기 위해서 고문하고 악역을 했다. 야... 이런 사람들의 양심은 어떤 양심인가요. 자기들도 피해자라 하더라고.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일본놈들이 전쟁 일으켜서 다른 나라 침략해놓고 전쟁에서 지니까 자기들도 피해자다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고문한 사람도 피해자고 고문받은 사람도 피해자고... 그럼 가해자는 누군가.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를 상대로 재심해 가지고 보상을 받았는데... 사실 보상이라는 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정말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런 평범한 생활이 없어져 버린 거예요. 난 결혼해 가지고 아이 출산 15일 전에 잡혀 가가지고 30대라는 인생이 교도소 안에서 썩어 버렸는데, 이 인생을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지... 이게 아픔이라면 아픔이죠. 어떤 사람들은 몇억 원 보상받아서 좋겠다 하는데 우린 더 아파요 그런 말 들으면... 돈이 다가 아니거든요." 
  
 기밀 탐지로 조작된 전 직장 앞에서 간첩으로 조작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강희철.
ⓒ 한톨
 
시민들이 끊임없이 각성하고 기억해 주길

피해자가 받고 싶은 건 보상이 아닌 가해자의 사과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그로 인해 피해받은 피해자에게 사과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그러나 결국 고문했던 수사관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 양심에 따라 재판하지 않은 판사 그 누구도 사죄하지 않았다.

강희철의 구술 = "진정한 사과 한 마디를 받고 싶은데 그런 사람이 안 나와요. 육지에서 양심선언 한 어느 수사관. 진짜 부러운 게 그거예요. 제주도에 여러 대공 수사관들이 있는데 한 사람도 미안하다 한 사람이 없어요. 아직까지도. 이 한 하늘 밑에서 살아가요.

제가 옛날 어느 골프연습장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거기 나를 고문했던 수사관이 골프 치러 왔더라고요. 진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는데. 고문 피해자들은 거기서 일을 하고 수사관이 친 공을 치면 다시 주워서... 그 사람은 특진하고 돈 받고 출세해가지고 거기서 골프 치면서 세월 보내고. 진짜 그 사람들 양심을 들여다보고 싶어요. 진짜 껍데기만 인간이지 인간이 아닌 것 같아. 진짜 양심에 찔려 가지고 그런 생활 못 할 건데... 사람이 아니에요."

자신이 고문당한 장소를 찾아 탁본하며 과거의 고통을 끄집어 내어 기억하는 탁본 작업에 대해 강광보는 이렇게 말했다.

강광보의 구술 = "지나간 일을 꺼내가지고 얘기하는 것이 뭐하긴 한데 그래도 과거 이야기를 하고 나면 후련하기도 하고 아쉬운 것도 있지요.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 고통당한 일은 감춘다고 감춰지지도 않고 내가 당했던 것을 말하니 이런 날이 뜻깊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피해자들은 이런 일이 자주 있어 가지고 지금까지 마음속에 묻어뒀던 것을 꺼내놓아야 지난날의 아픔도 좀 치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오늘 뜻깊다고 생각해요."

말하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고통, 꺼내야 치유되는 고통, 이것이 이들이 가진 고통의 모습이다. 여전히 그날을 생각하면 손이 떨린다는 오경대는 커피잔을 드는 내내 손을 떨었다.

오경대의 구술 = "글쎄... 나는 구체적으로 현장을 가보니 아직도 소름 끼치고, 살이 떨리고 눈물겨웠어요. 다소 울렁거리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걷고 말하니 마음에 위안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차를 마시는 오경대. 그는 여전히 그날을 생각하면 손이 떨린다고 했다.
ⓒ 한톨
 
반세기가 지났지만 오경대는 처음 끌려갔던 알뜨르, 칠성통, 산지 등대를 대했을 때 여전히 속이 울렁임을 느꼈다. 두렵고 무서운 그 길도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였기에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혼자의 치유가 아닌 우리의 치유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당신은 괜찮다'라고 하는 위로가 이들에게는 절대적인 치유였다.

강희철의 구술 = "저는 나이도 어릴 때 (감옥에) 들어갔지만 설마 내가 간첩으로 징역살이 할지는 진짜 몰랐습니다. 대한민국 전국에 나같은 피해자들이 엄청 많은데, 제주도만 해도 4.3 사건이나 여러 가지 계속 아픔이 이어지는데 아직도 옛날을 회상하기도 싫고 주변에 가족이라든지 동네 사람들의 눈치 그런 것 때문에 꺼려가지고 감추면서 사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어요. 그래서 재심해서 억울함을 벗기고 싶어도 드러낼 수가 없는 그런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짜 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홀가분한 마음이 아닐 거예요. 왜냐하면 제가 경험해봤으니까요.

재심을 통해 누명이 벗겨져도 아직도 나 같은 조작간첩 피해자를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방송에 많이 나와도 아직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도 진실은 있으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진실은 묻혀 버리잖아요. 아직도 억울한 사연을 가지고 사시는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이라도 누명을 벗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 둘러보면서 정말 옛날 감정에 울렁거리기도 하는데 모든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리의 조금 다른 고통을 다른 분들이 보면서 무엇이라도 조금 깨달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전히 그들은 자신의 피해가 자신에게서 멈추기를 바란다. 피해가 다른 이와 다른  세대에 반복되거나 대물림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위해서 시민들이 끊임없이 각성하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 이유는 바로 가해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의 태도 때문이다. 가해 책임자들은 자신이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거나 사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런 기득권자들이 있는 한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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