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품기엔 너무 커버린 아들, SK하이닉스[TNA]

입력 2021. 2. 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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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반도체를 이끄는 글로벌 기업 SK하이닉스가 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위상을 드높이는, 한국의 자랑이다. 물론, 최근엔 성과급 논란으로 시끄럽기도 했다. 역으로, 그만큼 성과가 뛰어났다는 반증이다. 나눠 가질 파이가 많은 탓이니.

이 SK하이닉스의 주인은 누구일까? 의외의 주인이 있다. 바로 SK텔레콤이다. 지분 20.07%를 갖고 있다. 그 뒤로 국민연금이 10.6%를 보유하고 있으니, 사실상 주요주주는 SKT 뿐인 회사다.

지금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SK하이닉스가 너무 커버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하려면 더 커야 하는데, 이젠 SKT가 품기에 버거울 정도가 됐다. SK하이닉스 시각에서 본 지배구조 변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M&A에 발목

사실 통신사가 반도체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게 상식적으론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SK(주)까지 살펴봐야 한다.

SK(주)는 최태원 SK그룹 회장(18,44%)과 특수관계인이 약 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주)는 SKT의 지분을 26.78%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정리하면, 최 회장이 SK(주)를, SK(주)가 SKT를, SKT가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구조다. 즉, 지배구조를 따져보면, 통신사가 아니라 SK(주), 나아가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주인인 셈이다.

문제는 SK하이닉스가 지주사 SK(주)의 손자회사라는 데에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인수합병을 할 시 인수대상 기업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지분 100%를 반드시 보유해야만 하는 건 M&A 시장으로 보면 손발 다 묶인 것과 다름없다. 전략적 투자도 쉽지 않다.

SK하이닉스 M16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제공]

세계 시장조사전문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작년 기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15.6%), 삼성전자(12.5%)에 이어 세계 3위다. 마이크론(4.9%)이나 퀄컴(4%)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주력 사업인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28.8%로 2위를 기록, 삼성전자(42.7%)를 추격해야 하면서도 마이크론(28.8%)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위치다. M&A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SK하이닉스로선 하루빨리 묶인 손발이 풀려야만 한다.

◆SKT도 발등 불, 9조원이 달렸다

SKT로서도 사실 발등의 불이다. 이 역시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내년부턴 새롭게 개정안을 적용, 새로 설립한 지주사가 상장사인 자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율이 30%로 높아진다.

즉, 지금보다 SK하이닉스 지분을 10%가량 더 보유해야 한다는 말이다. 필요한 재원이 약 9조원, 만약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하면 당연히 더 급등한다.

작년 3분기 기준 SKT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8조원 뿐이다. 올해 안에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9조원을 더 마련해야 하고, 사실상 지배구조 변화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물적분할 아닌 인적분할 무게…지주사 합병도

SK하이닉스를 위해서라면 SK(주)→SKT→SK하이닉스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그래서 나오는 방안이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SKT에서 통신사업 회사와 투자 전문의 지주회사로 나누고서 이 지주사가 SK하이닉스를 지배하면, SK하이닉스는 지주사(SKT투자)의 자회사가 된다. 그럼 M&A 100% 의무보유 조항에서 벗어날 수 있다.

SKT의 기업분할이 핵심인데, 기업을 쪼개는 방식은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있다. 물적분할은 기업을 나누고서기존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이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나누고서 기존 주주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그대로 나눠 갖는 형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SKT가 텔레콤과 중간지주사로 물적분할하면, 기존 SKT 주주는 중간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고 SKT통신이란 사업회사 지분은 기존 주주가 아닌 지주사가 100% 보유한다. 최근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했던 방식이다. 때문에, 분할 당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배분받지 못한다는 데에 대거 반발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SKT가 인적분할할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인적분할 하게 되면, SKT 주주들은 SKT통신과 SKT투자(중간지주사)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 된다. SK(주)는 자회사로 SKT통신과 SKT투자를 두게 된다.

이렇게 되면, SKT투자도 SKT통신 주식을 10% 가량 보유하게 되는데, 이건 현 SKT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때문이다. SK(주), SKT투자 등 두 지주사가 모두 SKT통신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불필요한 구조이니, 결국 최종적으론 SK(주)와 SKT투자가 합병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리고 두 지주사를 합병하는 게 최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이래저래 복잡하지만, 결국 요약하면 'SKT 인적분할'과 '지주사와 중간지주사의 합병', 이 두 단계를 거쳐 SK그룹의 지주사가 SKT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보유하는 구조가 되는 시나리오다. 그리고 9조원 가량을 추가 투입하지 않으려면, 이 작업을 올해 안에 시작해야만 하는 SK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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