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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소련 이후 최대 성과" 러 백신, 녹십자서도 만든다

문희철 입력 2021. 02. 08. 01:00 수정 2021. 02. 0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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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부펀드가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사진)를 한국에서 추가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직접투자펀드 캡처=연합뉴스]

러시아가 자국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한국에서 추가로 위탁생산(CMO)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 GC녹십자(녹십자)와 공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한국에서 이 백신을 추가 생산할 업체를 찾는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스푸트니크V를 도입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다.


러 국부펀드, 한국에 “5억 도즈” 생산 제안
스푸트니크V는 지난해부터 한국코러스 춘천공장에서 CMO 중이다. 생산 규모는 연간 1억5000만 도즈로 이 물량은 전량 중동지역에 공급된다. 러시아는 세계 각국에서 스푸트니크V 긴급 승인 및 도입 확대를 예상하고 지난달 한국코로스 측에 생산량 확대를 타진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생산능력이 부족하자 녹십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개발한 완제의약품을 한국 생산공장에서 CMO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29일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모스크바행 화물기에 스푸트니크V 백신을 싣고 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RDIF가 녹십자를 파트너로 꼽은 건 지난해 이 회사 오창공장이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검증을 통과해서다. CEPI는 지난해 10월 녹십자와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했다. 녹십자 오창공장 통합완제관은 하루 8시간 가동을 전제로 연 10억 도즈까지 생산 가능하다. 가동시간을 늘리고 설비라인을 추가하면 연간 30억 도즈 이상도 생산할 수 있다.

녹십자는 이에 대해 “본계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외부에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달 15일 녹십자 측은 금융투자업계 애널리스트와 만난 자리에서 “다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로부터 CMO 제안을 받고, 오창공장 생산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GC녹십자 연구원이 충북 오창공장에서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혈장 분획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 학술지 게재 후 각국 러브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사용 허가했던 지난해 8월만 해도 스푸트니크V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백신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바뀐 건 지난 2일(현지시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랜싯이 스푸트니크V의 임상연구 결과를 게재하면서다. 2019년 기준으로 랜싯의 인용지수는 60.39로 네이처(42.78), 사이언스(41.85)보다 높다.

국내서 위탁생산하는 코로나19 백신. 그래픽 김주원 기자

랜싯 최신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를 1만9866명에게 1·2차 접종한 결과 면역 효과가 91.6%로 확인됐다. 60세 이상 214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효과가 91.8%였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62~70%)보다 뛰어나고, 화이자(95%)·모더나(94.1%)와 비슷한 수준이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RDIF는 스푸트니크V의 국제 시장 가격을 20달러(약 2만3000원·2회 접종분) 이하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모더나(50~74달러)·화이자(40달러)보다 반값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2~8℃의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은 상온 유통이 가능하지만, 화이자·모더니 백신은 초저온(-71~-20℃) 냉동 유통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국내 도입 계획은 없어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V를 두고 ‘소련 시대 이후 최고의 과학적 돌파구(biggest scientific breakthrough)’라고 평가했다. 유력 학술지와 언론이 스푸트니크V의 효능을 인정하자 각국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멕시코·미얀마 등이 스푸트니크V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이란은 이르면 8~12일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에 돌입한다. 인도 제약업체 닥터 레디스는 인도 정부에 긴급 사용신청 계획을 밝혔고, 브라질 국가위생감시국은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서구권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V) 백신 조사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해 과학적 조사를 실시했고, 긍정적인 보고를 들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 스푸트니크V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는다면 모든 백신은 EU에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RDIF는 “EU는 다음 달 초 스푸트니크V를 승인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아르헨티나항공 화물기에 스푸트니크V 백신을 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각국에서 백신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러시아는 녹십자 오창공장을 비롯해 벨로루시·터키·알제리 등에 추가 생산을 타진하고 있다. RDIF는 “중국과 이란 등과도 생산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스푸트니크V를 접종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양동교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스푸트니크V 도입 계약을 위한 논의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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