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전쟁" 대만·일본 '반도체 연합 구축'..日에 연구거점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 日에 연구거점
日도 뒤늦게 반도체 굴기 도전
日기업 英업체 6.5조원대 인수

【도쿄=조은효 특파원】 대만이 일본과 '반도체 연합' 구축에 나섰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선 가운데 일본에 처음으로 연구개발(R&D)거점을 구축한다. 미·일과 연합전선을 구축, 중국 반도체업계와 한국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대만 TSMC는 200억엔(약 2100억원)을 투자해 일본 동북부 지역인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반도체 R&D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일본 진출 계획을 의결하고 이르면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TSMC 관계자는 "코멘트 할 수는 없지만 결정되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의 일본 신설 회사는 반도체의 '후공정'이라고 불리는 패키징 작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을 주로 담당한다. 나아가 반도체 생산 라인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뒤늦게 다시 '반도체 굴기'에 눈을 뜬 일본 정부는 이미 TSMC 지원방안도 마련한 상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TSMC가 일본 기업과 연계할 경우 보조금 지원도 제공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4일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 EUV(극자외선)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뉴스1

반도체 장비 및 소재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일본과 반도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연계를 확대할 경우, 2위 삼성전자와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TSMC 창업주인 모리스 창은 지난 2017년 이미 "삼성과의 경쟁은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일본도 반도체 투자에 잰걸음이다. 전날 일본 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총 6179억엔(약 6조5600억원)에 영국 기업 다이얼로그세미컨덕터를 매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TSMC는 해외 최초로 미국에 첨단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등 올해만 30조원가량을 설비에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대만의 TSMC가 54%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로 TSMC와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어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GF)와 대만의 UMC가 각각 7%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중국 SMIC가 5%로 그 뒤를 이었다.

메모리 분야 강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수감 등으로 투자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닛케이는 '삼성 톱 재수감, 정치와 여론에 농락당하는 재벌'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는)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국내 여론과 정치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꼬집었다 .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