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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엄마같은, 친구같은 선생님·섬마을 교실도 이젠 안녕..

윤성호 입력 2021. 02. 0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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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길을 내줘야 갈 수 있는 전남 고흥군 남양면 우도.

"아들, 오늘은 우리가 1년간 함께한 추억을 정리해볼 거야." 지난 4일 마지막 수업에서 우도분교장 송민정 선생님은 경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할머니가 병원 가느라 섬을 비울 때는 경현이를 전남 순천의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재우곤 했다.

송 선생님의 하루는 늘 경현이와 아침을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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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우도분교 마지막 졸업식
전남 고흥군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의 마지막 졸업식이 열린 지난 5일 섬과 뭍을 잇는 길에서 송민정(왼쪽) 분교장과 졸업생 곽경현군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에선 초등학교 폐교가 잇따르고 있다.


바다가 길을 내줘야 갈 수 있는 전남 고흥군 남양면 우도. 하루 두 번 썰물 때 바닷물이 갈라지며 뭍과 연결된 1.2㎞의 도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보이는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에서 지난 5일 졸업식이 열렸다. 섬의 유일한 학교에 학생이 딱 한 명이었는데 그 한 명, 곽경현군이 졸업했다. 신입생이 없어 3년간 휴교에 들어간다. 폐교 절차를 밟는 것이다. 1963년 개교 이래 섬의 교육을 담당했던 곳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우도분교 마지막 졸업식이 열린 지난 5일 송민정 분교장과 곽경현군이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하고 있다.


“아들, 오늘은 우리가 1년간 함께한 추억을 정리해볼 거야.” 지난 4일 마지막 수업에서 우도분교장 송민정 선생님은 경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 1년을 보내며 그가 경현이를 부르는 호칭은 자연스레 ‘아들’이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사는 경현이에게 그는 수업을 마치면 친구였고 엄마였다. 할머니가 병원 가느라 섬을 비울 때는 경현이를 전남 순천의 자기 집으로 데려가 재우곤 했다.

송 분교장과 경현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스마트폰에 표시된 1977년 당시 분교의 사진과 대비된다.


송 선생님의 하루는 늘 경현이와 아침을 먹는 것으로 시작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를 1대 1로 수업했고, 점심시간엔 함께 음식을 해 먹었고, 방과 후에 나란히 고둥을 잡으러 갔다. 마지막 수업에서 송 선생님은 경현이에게 겨울나무처럼 강하게 자라 달라고 했다. 경현이는 “학교가 유일한 놀이터였는데 얘기할 친구(송 선생님)가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우도분교의 마지막 수업이 열린 지난 4일 송 분교장과 경현군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각자 나눠 가진 앨범에 쓰고 있다.


우도분교는 경현이가 있어서 그동안 폐교를 면했다. 지금 마을에서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100명 남짓 사는데 50, 60대가 젊은 축에 드니 학교에 다닐 아이도 없다. 우도분교 9회 졸업생인 주민 어춘래(65)씨는 “폐교를 막으려 해봤지만 그게 되야제 그게. 이해는 한디 속상하제. 애기(아이)들 많아서 지들끼리 싸우고 그럴 때가 좋았는디”라며 아쉬워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도시 집중의 세태 속에서 섬은 쓸쓸히 늙어가고 있었다.

송 분교장과 경현군이 지난 4일 우도분교에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있다.

고흥=사진·글 윤성호 기자 cyberco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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