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윤석열은 무혐의·김은경은 감옥행..'직권남용'의 비밀

곽동건, 공윤선 2021. 2. 1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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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백운규 전 장관의 구속 영장 기각, 김은경 전 장관의 법정 구속,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관 사찰 의혹 문건, 무혐의

어제 하루 동안 나온 법적인 심판인데 세 사건의 혐의는 모두 형법상 직권 남용 죄였습니다.

그런데 이 세 사건을 별도로 하고 상식 으로만 봐도 직권을 남용한 게 분명한데

"월권을 한 거지 직무 권한을 남용한 게 아니"라는 법 상식에서 먼 법원 판결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집중 취재M, 힘을 잃은 직권 남용죄를 해부합니다.

먼저, 곽동건 기잡니다.

◀ 리포트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청와대 비서실과 LA총영사에게 자신의 실소유 회사인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비선실세' 최서원 씨의 회사와 용역 계약을 맺으라며,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를 압박했습니다.

공적인 조직을 사적인 목적에 동원한 두 사안 모두 법원 판단을 받았는데,

박근혜 유죄, 이명박 무죄, 정반대로 엇갈렸습니다.

[김준우/변호사] "판례는 결국 '직권'이 있어야 '남용'이 있다는 맹목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거든요. '그 사람한테 원래 그런 직권이 없으니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형법 제123조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법원이 유죄로 보는 잣대는 까다롭습니다.

먼저 '직권'. 재판이나 수사 대상인 행위가 당사자의 '직무 권한' 내에서 이뤄졌는 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공공기관 자회사의 계약'은 대통령의 직무영역에 있다며 유죄였지만,

'개인 이명박'의 소송은 대통령의 업무가 아니다, 그래서 법 적용의 첫 관문도 넘지 못했습니다.

2차 관문인 '남용'.

그 직무권한을 악용한 사실이 입증돼야 합니다.

마지막 관문은 '권리행사 방해'.

그 결과로 하급자나 민간인에게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하는 등 권리 침해가 이뤄져야 합니다.

이같은 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죄인 겁니다.

[오병두 교수/홍익대 법학부] "직권을 남용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또는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잖아요. 앞(직권남용)과 뒤(권리행사 방해)는 별개의 요건이니까 다 충족해야 된다. (그래서) 직권남용죄 기소율이 굉장히 낮아요."

◀ 앵커 ▶

내용이 좀 어려울 수 있어서 곽동건 기자에게 설명을 더 들어 보겠습니다.

정식 법률 용어는 '직권 남용 권리 행사 방해죄'인데 죄명이 길고 어려운데 죄가 인정되는 건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좀 쉽게, 유죄냐 무죄냐를 따져볼 기준이 없습니까?

◀ 기자 ▶

어디까지가 직권인지, 이걸 어떻게 써야 '남용'인지, 여러 법조인들에게 물어봤는데 돌아온 답변은 "사건마다 다르다"였습니다.

직권의 범위를 언급한 대법원 판례를 봐도요, "법 제도를 종합적으로 관찰해서 직무 권한을 해석해야 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나와 있습니다.

사실상 재판부, 판사의 판단에 따라 유무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 앵커 ▶

실제로 혐의 내용이 거의 똑같은데 판결은 유죄 무죄로 엇갈린 경우도 있죠?

◀ 기자 ▶

네, MB 정권 당시 경찰과 국군기무사령부, 두 기관의 댓글 공작 사건, 범죄 내용과 구조가 거의 똑같았는데, 판결은 정반대였습니다.

경찰 수백명을 동원해 3만 7천건의 정치적 댓글을 달게 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도, 기무사 대원들에게 2만 개의 정치적 댓글을 달라고 시켰습니다.

◀ 앵커 ▶

지금 내용만 봐도 두 사건이 거의 똑같아요.

◀ 기자 ▶

네, 하지만, 경찰은 유죄, 기무사는 2심에서 무죄였습니다.

인신공격과 선동 등 댓글 내용을 보면 기무사쪽 죄질을 더 나쁘게 볼 수도 있는데요.

직무 권한을 남용한 것까진 인정됐지만, 기무사 대원들이 상관 명령을 수행한 것이, 이들의 권리를 침해한 건 아니다,

즉, 아까 말씀드린 세번째 관문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판결문을 여러번 읽어봐도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 앵커 ▶

공직자의 처신이나 공직 사회의 갑질 횡포, 편하게 말해서 요즘 때가 어느 때인데 이러냐, 이런 표현들 많이 하는데요

그래서 직권 남용죄 사건은 급증하지만 실제 처벌 내용을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고무줄' 시비가 끊이질 않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이어서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공관병들을 하인처럼 부렸다는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부부의 '갑질' 사건.

공관병들은 24시간 호출이 가능한 손목시계를 찬 채, 박 전 대장 아들들의 간식 수발과 속옷 빨래까지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장은 재판에도 안 갔습니다.

'지휘관의 직무권한 밖의 일이라 처벌할 수 없다'며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겁니다.

이런 식이면 군대 안 '갑질'은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법부 역사상 첫 탄핵심판대에 오른 임성근 판사 역시 같은 논리로 1심에서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라고 국정원 직원에게 지시한 것도, 원래 민정수석 일이 아니라며 무죄였습니다.

직무권한의 뜻을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하면서, '공권력을 엄격하고 바르게 쓰도록 한다'는 입법취지와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는 겁니다.

[김준우/변호사] "분명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불법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형법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이제 없게 돼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거죠."

대통령과 대법원장까지 법정에 서는 모습을 전국민이 지켜보면서, 직권남용죄는 공무원들을 처벌하려는 단골 수단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지난 2014년 5천 건에 못 미쳤던 직권남용 고소·고발은 지난 2019년 1만 5천 2백여 건으로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은 채 1%가 안 됩니다.

직권남용죄의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제각각이다보니, 정치적 대립이 첨예한 사건에서 '일단 걸고 보자'는 보복성 고소·고발이 남발된 탓입니다.

때로는 수사 기관이 '직권남용죄'를 표적 수사의 고리로 악용한다는 논란마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병두 교수/홍익대 법학부] "정치적인 반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그 결론이나 그 정책에 찬성하지 않으면/ '뭐 법 어긴거 아니야?'라고 생각되면 직권남용으로 문제를 삼겠죠. 이제 그걸 해볼 수 있는 (법적)도구로서 만들어놓은 건 맞아요.

수사와 재판의 '고무줄 잣대' 시비를 줄이려면 직권남용의 범위를 구체화하고 '5년 이하 징역'인 처벌 수위도 단계별로 나눠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오병두 교수/홍익대 법학부] "직권을 남용해서 (상대방) 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이 되면 당연히 범죄가 성립하겠죠. 그래서 (양형을) 차등화 하는 형태로 다양한 요건들을 넣는 것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위를 함부로 쓰는 공직자 범죄의 '처벌 공백'을 당장 메우기 위해선 이른바 '지위남용죄'를 형법에 추가하자는 제안도 나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 이형빈·김재현 / 영상편집: 정지영·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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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건, 공윤선 기자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084753_349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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