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재점화 '리얼돌' 원천봉쇄 되나..소지 처벌 법안 발의

김도엽 기자 2021. 2. 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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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업계 "명확한 기준없어 시장 위축 우려"
윤김지영 교수 "성상품화에 기반한 시장 축소·근절"
6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리얼돌 수입업체 부르르닷컴 물류창고에 키158cm의 리얼돌이 전시돼 있다. 2019.8.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여성의 몸을 본뜬 전신인형 일명 '리얼돌'의 수입을 막은 조치는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리얼돌 방지법'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아동·청소년을 본뜬 리얼돌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 이어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소지만 해도 처벌하는 법안이 추가로 발의됐다.

다만 법안에는 '성인 형상'의 리얼돌과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되지 않아, 일부 리얼돌을 규제하려다 전체 시장을 사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성인용품업계에서 제기된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아동·청소년 리얼돌만의 문제로 한정할 것이 아닌 전체 리얼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5일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 제작과 판매, 소지를 규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소지만 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과 이를 제작하거나 수입·수출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7000만원의 벌금형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1월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제작하거나 수입, 판매 및 대여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아동·청소년 형상 리얼돌 제작·수입·수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리얼돌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상진 부르르닷컴 대표는 "법안의 내용을 보면 아동·청소년 형상의 리얼돌을 제한한다는 내용이지만, 성인용 리얼돌과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은 명시돼 있지 않다"라며 "어떤 리얼돌을 두고 이건 '아동·청소년 리얼돌'이라고 네이밍하면 모두 다 법에 저촉되는 것 아닌가. 일부 리얼돌을 막으려다 전체 시장의 유통이 위축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여성계에서는 입법안의 취지를 환영한다면서도 성인과 아동·청소년이라는 구분을 두지 말고 모든 리얼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아동·청소년 리얼돌로 한정해 입법한 뒤 추후에 개정하자는 취지인데, 이는 젠더 문제를 아동·청소년 문제에 기대어 본질을 흐리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리얼돌의 문제는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여성을 사고팔고 훼손하고, 성적인 도구로 유통하는 등 전체 여성의 사회적 지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포인트다"라고 했다.

이어 "아동·청소년으로 한정하면 국민적 공감대가 얻기 쉽고, 입법의 난이도가 낮아지겠지만, 입법 의지 자체는 좋지만 젠더 이슈를 빙자해 본질을 호도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사법부의 판단을 입법부가 뒤집으려는 시도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9년 6월 한 성인용품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성인용품 업체의 손을 들어주며 리얼돌 수입 길이 합법적으로 열렸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일선의 법원에서도 리얼돌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법안 자체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법안 제작 과정은 성급하고 무성의했다"라며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이기도 한 만큼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 일방적인 의견만 수렴해 법안을 발의하면 안된다"라고 했다.

서울에서 리얼돌을 판매하고 있는 한 '리얼돌 숍' 사장은 "법이 통과된 것은 아니어서 지켜만 보고 있으나, 통과된다면 오히려 불법 유통 구조가 더 성행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반면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개인의 권리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때 제한돼야 하는 것"이라며 "또한 업계가 말하는 개인의 권리는 여전히 남성으로 성별화돼 있다는 점에서 여성의 관점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얼돌 시장은 여성 신체 이미지에 대한 성적 사물화와 성상품화에 기반한 시장이며, 지인 능욕이라는 초상권 침해나 여성에 대한 강간 모의 훈련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축소·근절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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