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배터리 삼국지..속도전 韓, 물량전 中, 흔들리는 日

강기헌 2021. 2. 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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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바라(왼쪽) GM CEO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양사는 2019년 12월 5일 미국 미시간주 GM 글로벌테크센터에서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 LG화학


최근 전기차와 배터리는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산업군으로 꼽힌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한국·중국·일본이다. 배터리 경쟁을 삼국지에 비유하는 이유다. 변화는 빠르다. 소형 가전이 앞섰던 일본은 전기차 배터리에서도 선두를 달렸지만 최근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배터리 업력(嶪歷)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 선점에 도전하는 중이다. 한국은 유럽과 미국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한·중·일 배터리 삼국지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한국, 미국·유럽에 집중 투자
한국 배터리 기업의 화두는 속도전 그리고 유럽과 미국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수요 증가에 발맟춰 현지 공장 신설과 증설이 한창이다. 국내 기업 중 생산량에서 가장 앞선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공장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등에서 1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공장을 증설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까지 260GWh로 배터리 생산량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를 설립해 3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오하이오주에 짓고 있다.

삼성SDI도 유럽 거점인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삼성SDI는 구체적인 증설 계획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증설 작업이 끝나면 배터리 생산량이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공장 신설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손 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지난달 말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유럽 프로젝트 비중이 높아 당분간은 헝가리 공장을 중심으로 대응한다”며 “해외 신규 생산 거점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검토하는 신규 생산 거점은 미국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헝가리 오르반빅토르 총리. 삼성SDI는 헝가리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다발로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설하느라 여념이 없다. 미 조지아주에서 짓고 있는 배터리 1·2 공장은 2022년부터 차례로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헝가리 배터리 3공장 신설을 결정했다. 1조2700억원을 투입할 헝가리 3공장은 30GWh 규모로 2024년 제품 양산이 목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장기적으로 배터리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중국, CATL 중심으로 11조원 투자
중국은 향후 5년간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내수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1위 CATL은 지난해 12월 배터리 생산량 확대를 위해 390억 위안(6조7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이달 초에도 배터리 공장 증설에 290억 위안(5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만 배터리 공장 3개를 새로 짓는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2030년 무렵에는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은 연간 600GWh로 늘어난다. CATL의 배터리 점유율이 올해를 기점으로 폭증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모델이 급증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CATL의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도 덩달아 뛰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배터리 기업 성장세 두드러져, 커지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한국 기업의 배터리 수출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SNE리서치, 미래에셋대우증권, 관세청]


중국 배터리 산업은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걸림돌은 안고 있다. CATL은 현재 유럽 시장에는 활발히 진출하고 있지만 미국 시장은 넘보지 못하고 있다. CATL의 첫 해외 생산 기지인 독일 배터리 공장은 올해 연말부터 양산에 돌입하지만, 미 시장의 높은 벽은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 CATL은 2019년부터 미 시장 진출 계획을 공공연하게 발표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에 한국과 일본 기업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일본, 배터리 소재 산업 고전
워크맨 등 소형가전에서 앞섰던 일본은 한·중·일 중에서 배터리 기술력에서는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나소닉은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기업의 독점 구조가 깨지면서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안에서도 자국 배터리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리튬 이온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이 급부상하면서 배터리 재료 공급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국 제품들이 시장을 견인하면서 일본 업체 주도의 시장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배터리 핵심 소재를 한국과 중국 기업이 독자 개발하면서 일본 배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박(SKC), 분리막(SK IET), 양극재·음극재(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배터리 후방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 배터리 소재 기업은 투자에 신중하다. 도레이가 대표적이다. 도레이는 2022년까지 헝가리 분리막 공장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지만 이후엔 증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 등은 일본 소재 기업에 의존하는 탓에 한·중 업체와의 가격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들은 배터리 후방 산업 주도권을 한·중에 뺏기면 일본의 배터리 점유율 역시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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