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손해 위기 SK이노베이션, LG와 60일 내 합의할까(종합)

류정민 기자 2021. 2. 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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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통령 심의기간 합의시도 전망, ITC 판결 계기 합의금 간극 좁혀질 듯
LG "주주·투자자 납득할 만한 안 제시해야", SK "합리적 조건이라면 협의"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소재 LG화학 본사와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소재 SK이노베이션 본사.© 뉴스1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결정에서 LG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LG는 향후 남은 60일간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심의 절차 기간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SK와의 협상에서 한층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LG에서는 조 단위 금액, SK는 많게는 수천억원 선에서 합의금을 제시해 양사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ITC위원회는 이날 내린 최종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제출한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리스트를 확정했다. ITC는 이를 토대로 이날부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 및 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며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단 제한적으로 포드의 전기픽업트럭 F150향 배터리 부품 및 소재는 4년간, 폭스바겐 MEB향 배터리 부품 및 소재는 2년간 수입을 허용했다. 이미 수입된 침해 품목에 대해서도 미국 내 생산, 유통 및 판매를 금지하는 '영업비밀 침해 중지 10년 명령'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탈취해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주장을 ITC가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최종판결은 LG와 SK 간의 배터리 소송전의 전환점이자, 향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협상에서도 하나의 기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ITC는 ΔSK이노베이션이 LG화학(LG에어지솔루션 모회사)의 배터리 BOM(Bill of Materials, 원자재 부품명세서) 및 기타 영업비밀을 탈취해 LG화학의 원가구조를 파악하고 수주에서 낮은 가격에 입찰하는 데 활용했다는 LG의 주장 Δ57개에 달하는 LG화학의 양극 및 음극 믹싱, 코팅, 롤링 및 절단 관련 배합과 사양을 포함한 배터리 제조 핵심 비결(레시피)이 담긴 SK이노베이션의 사내 이메일 등을 증거로 인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SK이노베션의 기술 탈취 행위가 명백히 입증된 결과이자 30여 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즉각적으로 SK이노베이션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 측이 이번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된 영업비밀에 상응하고 주주와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안이 제시되지 않는 경우, ITC 최종 승소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제는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을 인정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작년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SK이노베이션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ITC가 설립된 100여년의 역사상 범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영업비밀침해 건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참고로 거부권은 수입금지에 관한 것으로 영업비밀 침해 사실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포드와 폭스바겐의 배터리 수입은 각각 4년과 2년 수입금지를 유예하고, 이미 수입된 기아자동차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리 및 교체를 위한 전지 제품의 수입도 허용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도 약해졌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거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왔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ITC가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감안해 일부 유예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대통령 심의 등 남은 절차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 수 천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등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계에서는 LG와 SK 양사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협상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심의기간 중에 합의가 이뤄지면 SK이노베이션의 공장 가동과 배터리 미국 수출에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SK이노베이션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26억달러(약 2조8700여억원)를 들여 짓고 있는 조지아공장을 향후 10년간 가동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판결 전에도 양사가 물밑에서 협상을 벌였지만, 양사 간 합의금 규모 격차가 워낙 커 한동안 의미 있는 제안이나 대화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는 합의금으로 조단위 금액을, SK는 수천억대에서 천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리적인 조건이라면 SK이노베이션은 언제든 합의를 위한 협상에 임할 것임을 강조하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하고 산업 생태계 발전 및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라고 말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심의 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으나, 항소 기간에 수입금지 및 영업비밀 침해 중지 효력은 지속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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