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14억 대륙 울린 사진 한 장..그녀 이름은 '어머니'

김지성 기자 입력 2021. 2. 1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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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선 11년 전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2010년 1월 30일 중국 중남부 장시성의 난창(南昌)역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우리의 설에 해당하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한 여성이 고향에 가는 장면입니다. 어른 키만한 커다란 짐을 등에 짊어지고, 한 손에는 갓난아이를, 다른 손에는 불룩한 배낭을 땅에 끌리다시피 들고 걸어가는 사진입니다. 짐 무게에 허리는 굽어 있습니다.


● 커다란 등짐에 양 손엔 아이와 배낭…'춘윈 엄마'

이 한 장의 사진은 중국인들의 가슴을 울렸고, 그녀에게는 '춘윈 엄마'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여기서 '춘윈(春運)'은 중국의 춘제 특별 수송 기간을 말합니다. 넓은 땅에, 인구도 많다보니 중국은 통상 춘제 전 15일부터 춘제 이후 25일까지, 40일간을 춘윈 기간으로 정합니다.

이 사진이 11년이 지나 다시 널리 퍼진 까닭은, 중국 매체가 이 여성이 누군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찾아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이 사진 속 여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컸던 탓입니다.

신화통신 기자는 장시성 100개에 가까운 지역을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산둥성과 광둥성에서도 계속 수소문을 했다고 합니다. 허사였습니다. 그러다 네티즌이 제공한 단서를 근거로 지난 1월 21일 드디어 사진 속 주인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쓰촨성 량산 이족자치주에 살고 있는 32세의 이족 여성 바무위부무(巴木玉布木)였습니다.

시장에서 아이들에게 옷을 골라주고 있는 바무위부무


● 사진 속 아이 세상에 없어…벽돌 운반에 담배 농사

바무위부무의 스토리는 다시 한 번 중국인들을 울렸습니다. 사진 속 갓난아이는 세상에 없었습니다. 신화통신 기자는 "하늘과 땅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아이는 그녀의 둘째 딸이었는데, 2010년 고향에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병원이 워낙 먼 데다, 약도 없어 제대로 치료도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바무위부무는 돈을 벌기 위해 외지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난창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날랐습니다. 둘째 딸이 자주 아파 2010년 춘제에 딸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바무위무부가 살던 고향 마을


바무위부무는 "아이가 자신처럼 큰 산에 갇혀 살기를 원치 않아" 외지행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후 그녀는 세 번째 아이를 가졌지만, 태어난 지 열흘도 안 돼 또다시 생사의 이별을 겪어야 했습니다. 슬픔에, 몇 날을 곡기를 입에 안 댔다고 합니다. 가족의 위로로 다시 일어섰고, 지금은 큰 딸과 세 명의 어린 아이를 두고 있습니다.

바무위부무는 남편과 함께 산중턱의 황무지를 일궈 담배 농사를 지었습니다. 2월 1일부터는 푸젠성으로 옮겨 와 해삼 양식을 하고 있습니다. 큰 딸은 중학생이 됐고, 막내도 이번에 유치원에 들어갑니다. 둘째 딸(아이들이 모두 살아 있었다면 넷째 딸)은 성적이 우수하고 반장까지 맡고 있다며 바무위부무는 웃었습니다.

푸젠성에서 해삼 양식을 하고 있는 바무위부무


중국 매체들은 바무위부무를 '빈곤 탈출'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든 인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이른바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이 되는 올해를 샤오캉 사회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일부 중국 관영 매체들은 바무위부무 관련 기사에 '지난 8년간 1억 명의 가난한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내용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한 여성의 역경을 정치적인 도구로 삼는 게 옳은지는 차치하고, 바무위부무가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나라는 다르지만, 가족을 위해 그 무거운 짐을 마다않는 모든 어머니들의 숭고하고 강인한 삶을 떠올리게 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설에 고향에 못 가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도 베이징에 있다 보니 한국에 가기는 어렵습니다. 어머니에게 한 통이라도 더 전화를 드려야 겠습니다.

(사진 출처=중국 신화통신)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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