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모리, 사퇴하면서도 반성없이 '남 탓'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의를 밝힌 모리 요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위원장에 해당)은 끝까지 변명을 늘어놓거나 언론을 탓해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모리는 어제(12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대단한 폐를 끼쳤다"며 사과의 뜻을 표명하고 사의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늘(13일) 아사히 신문 등은 모리가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7년간의 실적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는 발언을 하는 등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느낄만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모리는 문제의 발언에 관해 "그것은 해석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면 또 욕을 써대겠지만"이라고 회견에서 말했습니다.

그는 여성 멸시라는 지적을 받은 것에 대해 "다소 의도적인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조직위에 들어와서 여성을 가능한 한 칭찬해 왔으며 여성을 멸시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일전쟁이 벌어진 1937년에 태어나 만 83세인 모리는 "나라를 위해, 세계를 위해 노력했다. 노인이 나쁘기라도 한 것처럼 표현하는 것은 더없이 불쾌하다"며 "살아 있는 한 일본의 스포츠 진흥을 위해서 더 깊이 연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모리는 이달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이 들어온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성이 "경쟁의식이 강하다. 누구 한 명이 손을 들고 얘기하면 나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두 발언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당시 발언이 여성을 멸시하고 편견을 조장했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나 모리는 사퇴할 뜻이 없다고 일주일 넘게 버텼습니다.

이후 세계 각국 언론의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고 여론이 악화하자 모리는 떠밀리듯 사의를 밝혔습니다.

그는 사의 표명에 앞서 와세다 대 선배이며 그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가와부치 사부로 전 일본축구협회장에게 후임 조직위 회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물러나는 당사자가 밀실 인사를 모색한 셈이라서 또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화들짝 놀란 총리관저 측이 여성이나 젊은 사람이 후임자를 맡은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의견'이라는 뜻을 물밑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와부치 전 협회장는 애초 회장직을 수락할 뜻을 내비쳤으나 총리 관저의 반대 의사가 알려진 후 거절하겠다고 태도를 바꿨고 후임자 인선은 일단 백지화됐습니다.

화합의 축제인 올림픽 준비 사령탑의 부적절한 발언에 세계가 경악했지만 끝까지 버티려다 마지못해 물러나는 모습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모리의 행태에 관해 "왜 비판받았는지를 최후까지 이해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고 오늘(13일) 논평했습니다.

모리는 2000년 4월∼2001년 4월까지 1년 동안 일본 총리를 지냈습니다.

그는 재임 중에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습니다.

모리는 2000년 5월 "일본은 천황을 중심으로 한 신의 나라"라고 말해 헌법이 규정한 국민주권 원칙을 부정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2001년 2월에는 미국 핵잠수함과 일본의 고교 실습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골프를 계속해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M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