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공무원 25% AI로 대체 가능..그런데도 정부는 "증원"

이지용,백상경,전경운,조성호,오찬종,양연호,송민근 2021. 2.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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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용역보고서 살펴보니
18개 부처 3006명 줄여도 무방
인원 행안부·외교부·기재부 順
6급 1075명 일자리 위기 '최다'
지방직까지 덩달아 증원 경쟁
공무원 줄이는 美·佛과 정반대
韓, 구조조정 대상자 늘리는 격

◆ 일자리 판이 바뀐다 ① ◆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작년 5월 정부는 긴급히 '55만개 공공 및 청년 일자리 창출 계획'을 발표했다. 비대면·디지털 부문에서 1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약계층 공공일자리에서 30만개, 민간 부문에서 청년 일자리 15만개를 각각 확보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정부가 '비대면·디지털 분야 공공일자리'라며 제시한 구체적인 일자리 목록은 초라했다.

연구데이터 전환, 각종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단순 전산 입력 업무와 관광지 등의 방역 사업(1만2229명), 1회용품 재활용(1만840명) 업무 등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대체하게 될 업무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분야는 시대 변화에 뒤처진 일자리란 점이다. 시대 변화에 민감한 민간에서 이미 이 일자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들만 보더라도 산업 구조의 변화와 국가 행정 수요 변화를 고려해 공무원 감축 등 공공 부문을 줄이는 대신 민간 경제 부문의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단기적 고용지표 개선에만 몰두한 나머지 지속가능하지 않은 공공일자리만 계속 양산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국가 산업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매일경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실직자 수는 393만1000명으로 집계되며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2월 중 특정 날짜에 실직했고 실직 상태가 12월 조사 시점(12월 15일)까지 이어진 인원이다. 특히 같은 기간 비자발적 실직자는 216만6000명으로 2019년(144만5000명)보다 50%가량 치솟았다. 실직 사유를 항목별로 따져봤더니 '임시 또는 계절적 일의 완료'(108만5000명)와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48만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잠깐 일손이 필요한 경우 동원됐다가 이후 맡길 업무가 마땅치 않아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경우다. 더 큰 문제는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이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 복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뒤면 인간과 기계의 노동 시간이 같아질 것이라는 최근 전망이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공개한 '2020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행정, 회계,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8500만개의 일자리가 기계·기술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조사한 '미래 신기술 도입에 따른 정부 인력 운용 방안' 연구보고서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인 18개 중앙정부부처 본부 인력 1만2114명(2019년 기준) 가운데 24.8%인 3006명이 미래 기술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직급별 대체 가능한 인력 규모를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수의 인력이 대체가 가능한 직급은 6급으로, 약 1075명이 일자리에서 밀려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7급의 경우 약 892명이 신기술 도입과 함께 대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부처별로는 행안부(286명)가 가장 많았고 외교부(263명), 기획재정부(255명)가 뒤를 이었다. 대체 인력 비율로는 외교부가 38%로 가장 높았다.

국제 기준에 비춰볼 때 한국의 공무원 규모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정부 일자리는 397만8000개로 전체 인구 대비 3.15%인 반면, 한국은 222만개(2019년 기준)로 전체 인구 대비 4.28%에 달한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 공무원 수는 연평균 3만명 가까이 늘었는데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노태우정부 이후 최대 규모가 된다.

국가 행정 수요 및 사회 변화라는 중장기적 고려 없이 일단 단기 채용부터 늘리고 보는 행태도 문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중기 행정 수요를 고려한 정부 기능 및 인력 전망'에는 정부의 기능별 중기 행정 수요와 인력 소요 전망이 제시돼 있다. 그 결과 일반행정(-16.6%), 경제산업(-9.5%), 교육문화(-8.1%) 분야의 행정인력 수요가 대폭 감소하고 사회복지(29.1%)와 국가 안전(13.2%) 인력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지방직 공무원을 늘리고 있다"며 "공공부문 일자리는 한 번 뽑으면 줄이기 어려운 데다 재직 중 급여 외에도 퇴직 후 연금 지급 부담이 따르는 만큼 노동생산성을 고려해 정말 필요한 공공부문만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백상경 기자 / 전경운 기자 / 조성호 기자 / 오찬종 기자 / 양연호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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