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주차 해주다 '쾅'..수천만 원 수리비 어쩌나

안희재 기자 2021. 2. 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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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차 공간이 부족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입주민의 차량을 대신 주차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법이지만, 경비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데, 대리주차를 해주다 사고가 나서 결국 경비 일을 그만두게 됐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안희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단지 내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이중주차한 차량들이 빼곡합니다.


이런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이 입주민들의 차량 주차를 대신하는 일이 흔합니다.

[이모 씨/전직 경비원 : 안 하는 사람 별로 없어요. 주민이 원하는데. (거절하면 일부는) 다른 걸로 흠을 잡아. 이상하게….]

사고가 나면 상황이 난처해집니다.

경비원 이 모 씨도 재작년에 입주민 외제차를 주차하다 다른 외제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이모 씨/전직 경비원 : (입주민들이) 짜증 막 내고 그러니까 (급히 차를 빼다) 이상하게 그냥 푹 나가더라고. 선처만 바란다고….]

경미한 사고일 때는 월급에서 수리비를 메우기도 했다지만, 이번에는 배상 액수가 너무 컸습니다.

입주민이 수리비로 4천만 원을 요구했고, 소송까지 벌어진 끝에 법원은 차를 맡긴 입주민 책임을 일부 감안했음에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원에게 2천800만 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정도/차주 측 변호인 :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사용자로서 사무 감독, 지휘 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겁니다.)]

다행히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이 씨에게 구상권 행사를 않겠다고 밝혔지만, 사고 석 달 뒤 경비원 계약은 연장해주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 씨는 자신이 들이받은 차량 보험사와의 소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아파트에서는 앞으로 경비원에게 차를 맡겼다가 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입주민 확약서를 받기로 했다지만, 이 씨에게는 뒤늦은 조치일 뿐입니다.

다른 경비원들은 이 씨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경비원 : 난처하죠.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우리야 위에서 하라는 대로 뭐….]

주차 사고에 대비한 보험을 들려 해도 대리주차가 불법인 데다 보험 상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0월부터는 경비원의 업무 범위가 더 폭넓게 인정될 예정이어서, 주차 사고를 포함해 업무로 인한 사고 발생 시 경비원의 책임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영상편집 : 조무환)

안희재 기자an.heej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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