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2조이상" SK "5000억도 많다"..배터리 전쟁 마지막 60일

강기헌 2021. 2.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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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합의 못하면 미 수출 10년 막혀
ITC 결정 뒤 60일간 백악관 심의
바이든 거부권 행사 가능성 낮아
국내·외 진행중인 민사소송도 숙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 10일(현지시각) 2년 가까이 이어진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뉴시스·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가 2년 가까이 이어진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각)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와 관련 부품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수입 금지 기간은 10년이다. 다만 배터리 공급 계약을 이미 맺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야 하는 SK이노베이션은 향후 영업 활동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ITC가 지정한 10년은 업계 패러다임이 바뀔 정도로 긴 시간이다.


ITC 결정에도 LG-SK 연휴 내내 공방
ITC 결정에도 14일까지 설 연휴 내내 양측은 공방을 주고받았다. LG는 ITC의 결정이 나온 직후 “SK가 ITC의 결정을 수용하고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통해 나머지 소송을 조속히 마무리하라”며 “합의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미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서 민사 소송도 단호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SK는 “ITC 결정은 소송의 쟁점인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며 고객사 보호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포드·폴크스바겐 양사 합의 압박
SK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한 양산차 기업은 양사 합의를 촉구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11일 “두 회사의 합의는 미국 제조업체와 노동자에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도 “한국 배터리 공급사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 SK의 전기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 정부에 요구했다.

미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SK 공장이 들어서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12일 “ITC 결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일자리와 제조업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TC 결정을 존중하는 관례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ITC 결정은 60일 동안 대통령 심의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양사가 합의할 수 있는 시간으로 60일이 주어진 셈이다. 그동안 양사는 물밑 협상을 수차례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합의금에서 워낙 차이가 컸지만, 양사 모두 ITC 결정을 기다려온 측면도 있다. ITC 결정에 따라 한쪽이 합의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서다.

ITC가 손을 들어준 LG는 바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SK를 압박했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SK가) 손해배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만 미래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SK 관계자는 “합리적인 조건이라면 언제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소송을 조기에 종료해 산업 생태계와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협력하자”며 합의 기회를 열어놨다.

업계에선 양사 합의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ITC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지지부진하던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해석이다. 문제는 합의금 액수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는 2조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SK는 5000억원도 많다는 입장이다.

LG-SK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ITC 결정 국내외 도미노 소송에 영향
양사 합의를 압박하는 건 ITC 결정뿐만이 아니다. ITC와 별개로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민사 소송도 양사 합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민사 소송과 별도로 경찰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수사하는 중이다. 이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합의금과 별개로 양사 간 깊어진 감정의 골을 메우는 숙제도 남아있다. 재계 3, 4위 기업이 드러내놓고 싸우는 건 한국 기업 문화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간 분쟁은 밖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훨씬 많지만,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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