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해지는 삼성·퀄컴 밀월관계..5G 모뎀칩 수주 '4나노 전략' 通했다

박진우 기자 2021. 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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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1조원 규모 퀄컴 5G 모뎀칩도 수주
하반기 가동하는 4나노 공정에서 양산할 듯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에서도 우위

퀄컴 스냅드래곤 X65 5G 모뎀-RF 시스템. /퀄컴제공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물론, 최신 5세대 이동통신(5G) 모뎀칩까지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맡긴다. 지난 2018년부터 이어진 두 회사의 밀월(蜜月)관계가 더 공고해지는 양상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퀄컴이 최근 선보인 최신 5G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65는 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으로 생산돼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에 장착된다. 모뎀칩은 스마트폰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일에 사용되는 반도체로, X65의 경우 5G 칩으로는 처음으로 데이터 전송속도 10Gbps(1초당 10기가비트)의 성능을 구현했다. 이는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100배 빠른 속도다.

퀄컴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스냅드래곤 888을 이미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단독으로 맡겨 생산하고 있다. 이전 세대 프리미엄 모바일 AP인 스냅드래곤 865는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만들었지만, 차세대부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만 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세공정에서의 삼성전자 경쟁력을 퀄컴이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5G 모뎀칩의 경우 5나노 공정까지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나눠서 생산해왔다. 하지만 4나노가 적용되는 X65부터는 모바일 AP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단독 수주가 예상된다. 현재 각 사 공정 도입 로드맵을 살펴보면 TSMC는 올해 하반기 4나노 공정 모뎀칩 생산이 다소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한 5나노 팹(반도체 생산공장)이 있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업계는 X65와 하위모델인 X62를 삼성전자가 동시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주량은 매출 규모로 봤을 때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예상대로 하반기 생산이 이뤄질 경우 5나노 미세공정 경쟁에서 TSMC에 반 발짝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에도 상당한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세대 4나노 공정(LPE·Low Power Early)의 개발을 완료하고, 올해 하반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2세대 4나노 LPP(Low Power Plus) 공정도 개발에 착수했다. TSMC 역시 4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지만, 양산 시점은 삼성전자보다는 다소 늦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불편한 관계였다.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를 남용했다며 조사를 펼쳤는데, 삼성전자가 공정위의 편을 대놓고 들 정도였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특허와 관련해 퀄컴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또 미국에서 있었던 특허 남용 관련 소송에서도 삼성전자는 의견서를 통해 퀄컴 측을 날 서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다 두 회사는 지난 2018년 1월 ‘글로벌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확대에 합의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팹)이 없는 퀄컴은 반도체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기기 시작했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한 스냅드래곤 765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자사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에 스냅드래곤 865를 장착했다. 스냅드래곤 865는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모바일 AP로, 삼성전자가 한국 판매 갤럭시까지 스냅드래곤을 넣은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한국 판매용 갤럭시만큼은 엑시노스를 채용해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판매용 갤럭시의 스냅드래곤 장착은 퀄컴 본사 직원들도 깜짝 놀랐을 정도다"라고 했다.

그래픽=박길우

이어 삼성전자는 퀄컴의 최신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88의 생산을 수주했다. 앞서 스냅드래곤 765를 만들기도 했으나, 프리미엄급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이번 모뎀칩 수주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다만 4나노 공정을 도입하더라도 수율(收率·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 확보는 관건이다. 업계는 4나노 공정의 수율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수조원의 계약을 따내도 이익이 남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5나노 공정에 대해 경쟁사인 TSMC 대비 수율이 낮다는 지적이 일부 있었다"며 "5나노는 물론이고 4나노 역시 수율 확보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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