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역에서 경복궁역까지 이렇게 걸어보면 어떨까요

이상헌 입력 2021. 2.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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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의 서쪽, 인왕산 일대를 걷다

[이상헌 기자]

경복궁의 서쪽, 인왕산 일대는 안평대군의 자취가 곳곳에 스며 있어 역사를 기억하며 거닐어 보는 의미가 있는 곳이다.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며 예술과 문학을 사랑했던 안평대군은, 차남인 수양대군(세조)의 계유정난으로 사약을 먹고 죽임을 당한다. 세조 이후로는 안평대군의 사적을 지우다보니 시신도 무덤도 남아 있지 않다. 그가 평생을 수집한 문화재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고 역사에 흔적만 있을 뿐이다.

특히나 현재 일본에 소장되어 있는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꿈 속에서 거닐었다는 무릉도원을 안견이 3일 동안 그려낸 예술 작품이다. 그 후에 안평대군이 인왕산 기슭을 돌아보다가 꿈에서 본 풍경과 똑같다고 하여 무계정사라는 집을 짓고 자주 찾았다고 한다. 또한 수성동 계곡에는 자신의 호(비해당)를 딴 별장을 짓고 시와 그림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이 역사의 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길이 가치가 있다 할 것이다. 첫 번째 코스는 독립문역-인왕사(국사당)-범바위-정상-무무전망대-수성동계곡-윤동주하숙집터-배화여대-사직단(사직공원)-경복궁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 안평대군과 겸재 정선의 인왕산 산책길 보물지도를 들고 숨겨진 비경을 찾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이상헌
 
두 번째는 무악재역 2번 출구로 나와 청구아파트 테니스장 옆으로 오르는 진행이다. 가장 빠르게 정상부에 도달할 수 있는데 시간은 약 20분 정도 소요된다. 
필자가 추천하는 탐방로는 독립문역 1번 출구로 나와 무악현대아파트로 진입하여 인왕사(국사당)을 거쳐 한양도성 절개지를 나와 정상에 오르는 경로다. 정상부에서는 다시 북진하여 탕춘대성을 지나 세검정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중간에 부암동 방향으로 하산하여 자하미술관-안평대군집터-무계원-현진건의집-부암동주민센터-창의문-윤동주문학관까지 내려오는 길도 좋다.
 
▲ 무불이 공존하는 인왕사 일대의 암자와 사찰 이 계단을 조금만 오르면 국사당과 선바위가 나온다.
ⓒ 이상헌
 
어느 곳을 지나도 오밀조밀한 볼거리가 계곡 곳곳에 들어차있어 마치 보물지도를 들고 숨겨진 비경을 찾는 기분이다.

무불 공존의 인왕사. 그러면 기이한 풍취를 보여주는 인왕산 산책을 나서보자. 3호선 독립문역 1번 출구로 나와 무악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오르면 인왕사에 다다른다. 여러 암자가 모여있고 삼갈래 길의 계단이 사진적 피사체가 된다. 좌우에 늘어선 벽화가 기묘한 느낌을 준다.

이 일대는 아기자기한 절이 모여있으며 무속인들이 신장을 모시고 있는 국사당이 있다. 무학대사와 이성계, 그리고 여러 신장(단군, 최영 장군, 나옹화상 등등)을 받들고 있는 당집이다. 융합과 공존, 비비는 것은 우리 민족의 특성 중 하나가 아닐까?

이질적인 것을 섞고 비슷한 것도 엮어서 독특한 풍모를 만들어낸다. 여기 인왕사 일원은 개인 사찰과 무속신앙이 한 장소에 공존한다. 70년대의 거리 풍경과 80년대의 매점이 보이고 가파른 계단 옆으로 범종이 있으며 분위기가 묘하다. 운때가 맞는다면 무당의 굿판을 볼 수도 있을 터이다. 
 
▲ 국사당, 단군과 무학대사, 최영 장군 등을 모시는 당집 원래는 남산팔각정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강제올 옮겨진다.
ⓒ 이상헌
 
원래 국사당은 남산팔각정에 위치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신사(조선신궁)를 지으면서 현재의 자리로 강제로 옮겨지게 되었다. 국사당 아래에 신사가 위치하므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처음의 명칭은 나라 국'國' 자에 제사 지낼 사 '祀'를 썼으나 이전 후에는 스승 사 '師'로 바뀌게 된다. 그리하여 무학대사와 이성계 등을 모시는 사당이 된다.
 
▲ 인왕산 선바위 오랜 풍화작용으로 움푹 패인 바위의 모습이 기이하다
ⓒ 이상헌
 
국사당 옆에는 선바위가 있다. 그 모습이 마치 스님이 장삼을 입고 서 있는 것과 같다고 해서 선바위라고 불리운다. 뒷편에서 보면 수도승 복장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며 여기저기에 산재한 바위들이 오랜 풍화작용으로 움푹 패여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뒷편에는 무속인들이 치성을 드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장닭과 암탉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 인왕산에서 바라본 해 지는 풍경. 정상부에서 바라본 안산의 일몰.
ⓒ 이상헌
 
여기서 약 15분 정도 오르면 한양도성길의 절개 부분에 이른다. 어둑해지면 성곽길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이므로 밤에도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면 금세 정상부에 다다른다.
바로 눈앞에는 북한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좌우로는 안산과 북악산이 멋스럽게 자리한다. 경복궁 너머로 청와대 지붕이 눈에 들어오고 남산타워 옆으로는 관악산이 수도 서울을 호위하고 있다. 
 
▲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풍경. 한양성곽길을 따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이상헌
 
사방팔방으로 보는 맛이 시원하다. 운치가 있으며 가슴이 탁 트인다. 다시 한양도성길을 따라 내려오다 인왕산공원 방향으로 빠지면 수성동계곡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발걸음을 옮기면 무무전망대가 있고 이 길을 따라가면 청운동을 지나 북악스카이웨이로 이어지는 드라이빙 코스다.
 
▲ 수성동 계곡에서 바라본 인왕산. 조금만 오르면 오른쪽으로 무무전망대가 나온다.
ⓒ 이상헌
 
전망대를 뒤로 하고 수성동 계곡으로 내려와 배화여대를 거쳐서 황학정(활터)을 지나면 단군성전과 사직단(사직공원)이 자리한다. 역사 드라마를 볼 때 흔히 듣는 말이 종묘사직이다. 여기서 종묘는 역대왕들의 신주를 안치하고 제사를 지내던 사당이고, 사직((社稷)은 각각 토지와 곡식의 신에게 차례를 지내던 제단을 말한다.
 
▲ 사직단. 종묘와 함께 조선왕조를 받치는 두 기둥. 종묘사직. 사는 토지의 신, 직은 곡식의 신. 농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장소.
ⓒ 이상헌
 
경복궁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종묘가 있으며 오른편에는 사직단이 자리하는데 종묘와 사직은 곧 조선왕조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단과 어우러진 홍살문의 분위기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인왕산의 해발 높이는 약 340미터라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가장 긴 코스를 종대로 걸어본다할지라도 2시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다. 인왕산은 북악산과 함께 조선 건국 때 한양 도읍의 주산으로 거론되던 산이었다.
 
▲ Mt. Inwang. 인왕산 ⓒ 이상헌

정도전은 북악산을 밀었고 무학대사는 인왕산을 말했다. 당시의 풍수지리에 따르면 북악산이 주산이고 남산은 안산이요, 낙산을 좌청룡, 인왕산을 우백호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이런 역사적 맥락 때문인지 조선 중기를 넘기면서 진경산수화를 창시한 겸재 정선은 인왕제색도(국보 216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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