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록히드마틴 겨냥한 중국, '희토류 수출제한' 카드 만지작

중국 정부, 희토류 17종 수출규제안 마련
"희토류 끊으면 美 기업 얼마나 타격 입나"
희토류 쇼크로 오히려 미국 자체생산 나설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5월 희토류 생산업체인 장시성 간저우 진리 영구자석과학기술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중국이 첨단무기 제조 필수품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 세계 희토류를 독점한 중국이 공급을 끊어 미국 방위산업에 타격을 주겠다는 심산이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희토류 수십 종의 생산과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국 공업신식화부(MIIT)는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17개 희토류 광물 생산과 수출에 대한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 관리들은 중국이 미중 갈등 와중에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면 방위산업체를 포함한 미국·유럽 기업들이 얼마나 타격을 입을 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부 관계자 역시 FT에 “중국 정부는 수출금지 조치를 내릴 경우 미국이 F-35 전투기 제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지 알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끊었을 때 미국이 얼마나 빨리 대체재를 찾느냐도 관심 사안이다. 희토류 쇼크에 직면한 미국이 언제 자체 생산 능력을 높일 수 있는지도 중국 정부는 주시할 전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FT는 “악화하는 미중 관계 속 신흥 기술전쟁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군사 장비 뿐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 첨단기술 부품 제조에 희토류가 핵심 물질로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록히드마틴 항공기인 F-35 전투기 한 대를 만드는 데 희토류 417kg이 필요할 정도다.

다만 희토류 카드를 꺼내는 중국 움직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껏 중국에 희토류 공급을 의존해 온 경쟁국들이 자체적으로 희토류 생산에 나설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2년 미국은 세계 2위 희토류 광산 ‘마운틴 패스’를 갖고 있었음에도 엄청난 환경 오염을 동반한다는 이유로 폐쇄한 바 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시금 희토류 광산을 개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