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갓'도 중국 전통?..게임계에 퍼지는 中 '문화공정'

강한결 2021. 2. 1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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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카이 - 빛의 아이들' 공식 홈페이지.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로 촉발됐던 동북공정 논란이 다른 중국발 게임들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에는 한국의 전통 모자인 '갓'이 중국 전통문화라고 억지주장을 펼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11월 '샤이닝 니키'의 '한복사태'에 이어 또다시 이같은 일이 발생하면서 국내 게이머를 중심으로 반중정서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중국의 행태를 단순한 억지로 치부하기에는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체계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니', '플라워' 등 참신하고 따스한 분위기의 게임을 제작해오던 미국의 인디게임 개발사 댓게임컴퍼니는 지난 5일 '스카이 - 빛의 아이들' 8번째 시즌 업데이트를 통해 지역에 따라 다른 모양의 갓을 추가했다. 중국 서버에는 중국식 방갓형 갓이, 글로벌 서버에는 한국식 갓이 추가된 식이다.

그런데 중국 누리꾼들이 "갓을 한국 전통 모자로 보기 때문에 글로벌 서버와 중국 서버에 다른 모자가 추가 된 것 아니냐"며 "갓은 중국의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결국 제노바 첸 댓게임컴퍼니 공동대표는 웨이보로 중국 유저에게 사과문을 올렸다. 첸 대표는 “내가 중국 사람이라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라며 “명나라 모자가 이번 디자인 영감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댓게임컴퍼니는 게임 내 아이템 설명에 '명 왕조 모자(Hat of Ming Dynasty in China)'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첸 대표의 편향적인 사과문을 접한 뒤 이번에는 한국 유저들이 분노했다. 국내 게이머들은 중국 유저의 억지에 반박하는 한편 댓게임컴퍼니의 행동을 거세게 비판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댓게임컴퍼니는 국내 유저들에게 사과하면서 "스카이 - 빛의 아이들'은 다채로운 세상을 만들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며, 배경에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신들의 책임을 상기시켜준 것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한국 유저들에 귀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댓게임컴퍼니의 이번 사과에는 핵심이 빠져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명확한 사실 관계 해명을 한 것이 아닌,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서 한국 유저를 단순히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사진=중국 모바일 게임 '샤이닝니키'에서 출시한 한복 모티브 의상 아이템
국내 게임업계에는 중국의 도넘은 행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는 “한복은 한국의상”이라고 말하는 국내 이용자에게 “중국에 대한 모욕이 한계를 넘어섰다”며 '샤이닝니키'의 국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샤이닝니키' 서비스를 하는 페이퍼게임즈코리아는 환불과 보상절차도 생략한 채 다운로드 차단과 게임 서비스 종료일만 공지하는 '막장' 행보를 보여줬다.

중국 유저들의 억지도 날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일 블리자드는 '하얀 소의 해' 명절을 맞이해 애쉬 스킨인 ‘호랑이 사냥꾼’과 에코 스킨인 ‘까치’ 등 2가지 한국 테마 스킨을 출시했다.

블리자드에 따르면 ‘호랑이 사냥꾼’은 옛 시절 직업이 가진 특징을 오버워치 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피터리 프린시펄 콘셉트 아티스트는 “시대를 대표하는 명사수인 호랑이 사냥꾼은 조선시대 ‘착호갑사’로 불리며 백성들이 호랑이에게 화를 입는 일을 예방했다고 알려졌지만, 아쉽게도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사료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영상을 통해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3년 연속 한국 스킨 제작 배경 영상에 참여한 이학성 시니어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영상을 통해 “한국 역사와 문화가 지닌 옛스러움과 그 아름다움을 오버워치 콘텐츠를 통해 전세계에 알리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블리자드의 이같은 설명에 중국유저들은 또다시 불만을 표했다. 이들은 "한국인들은 중국의 '춘철'을 훔쳐서 '설날'로 둔갑시켰다", "한국인들은 늘 중국의 문화를 자신의 것이라 주장한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놨다.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을 단순히 헤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중국은 몇년전부터 문화전반에 걸쳐서 동북공정을 이어오고 있다"며 "중국이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는 구체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의 게임 퍼플리싱이 점차 늘고 있는데, 자신들의 입장에 반하는 작품을 배제시키는 등의 행태도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문화에 사상적 요소를 결부시키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뿐만 아니라 드라마·영화에서도 중국의 동북공정이 진행중"이라며 "이같은 '문화공정'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도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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