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쿠팡은 한국 회사입니까? 미국 회사입니까?

강성규 기자 2021. 2. 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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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사, 김범석 의장·주요 임원 '미국인'
세금납부·투자·고용창출·매출은 '한국'에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2021.2.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입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쿠팡 상장에 대해 한 말입니다. 이말을 들은 상당수 사람들은 '쿠팡이 미국 회사라고?'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쿠팡이 미국 회사라는 걸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절차에 본격 착수하면서 국적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예비심사를 위해 제출한 상장신고서를 통해 베일에 가려 있던 쿠팡의 지배구조와 지분현황 등이 여실히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엄밀히 따지면 이번에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한국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는 쿠팡이 아닌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 LLC'입니다. 이 법인은 쿠팡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모기업'이죠. 쿠팡 'INC'(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꾼 뒤 상장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사실 쿠팡 모기업의 '국적'은 신고서 제출 이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논란을 더 커진 것은 쿠팡LLC의 주주와 이사진 현황이 드러나면서입니다.

쿠팡 LLC의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미국 국적입니다. 재미교포 1.5세인 창업주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우버 시스템을 만든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마존 출신 고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밀리콤 부사장 출신 해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 등이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모회사의 본사도 미국에 있고, 김 의장을 비롯해 상당수 임원이 미국인 셈입니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까지 하는 마당이니 '쿠팡은 미국회사'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자본금 또한 사실상 전액 '외국'에서 유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과 일본의 투자 기업들이지요. 특히 잘 알려져 있듯 쿠팡의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기업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쿠팡에 총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했으며, 그 결과 쿠팡LLC의 지분 37%가량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쿠팡이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이 자본을 토대로 한국에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까지 나옵니다. 돈은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고 세금은 미국에 내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 증시 상장으로 우리 국민들의 투자는 차단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김범석 쿠팡 대표

하지만 쿠팡은 국내에 차린 쇼핑몰과 사업장,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소비자들 또한 대다수가 '한국인'들입니다. 물론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은 국내에 납부하고 있습니다.

쿠팡의 매출은 지난 2016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13조3000억원으로 5년 사이 6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쿠팡의 이용자수도 1485만명에 달합니다.

쿠팡의 고용창출 효과는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쿠팡 한국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과 물류센터 직원, 쿠팡맨 등을 합치면 약 5만명에 달합니다. 게다가 오는 2025년까지 5만명을 새롭게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입니다.

세금 대부분을 한국에 납부하고 고용창출 역시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쿠팡이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곳은 바로 한국입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쿠팡은 한국회사라고 보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쿠팡이 이같이 급성장한 토대가 됐던 한국을 떠나 미국 등 해외로 옮겨 '가시밭길'을 자초할 일은 만무해 보입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해 이를 원동력 삼아 해외 점유율을 점차 넓히는 행보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 나아가 기업의 법인 등록지와 지분구조, 경영진 현황 등을 기준으로 기업의 국적이 규정되는 '전통적인 판별 기준'이 무의미한 것이 사실입니다. 경영은 물론 소비와 투자까지 '국경'을 너무나 쉽게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의 사례처럼 미국 현지 쇼핑몰에 접속해 물품을 구입하는 '직구'족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대로 아마존 또한 국내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시장을 더욱 확장하고 있지요.

우리 국민들이 쿠팡에 투자할 길이 막힌다는 얘기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서학개미'라는 단어가 유행어가 됐듯 국내 기업부터 개미들까지 미국 등 해외 기업과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쿠팡의 사업 성패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국내에 미칠 영향이 더욱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때문에 국적을 둘러싼 논쟁보다 쿠팡이 국내에 미칠 '영향력'을 중심에 두고 청사진을 그리는 게 더욱 생산적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쿠팡이 이커머스를 비롯한 국내 산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일자리 창출과 복지 향상, 소비자 편의 증진, 중소상공인과의 상생 등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실현하는지 등을 기준으로 쿠팡의 '정체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배달기사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소속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의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계기로 벤처투자 활성화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긴다. 벤처기업은 고용, 매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전통적인 대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쿠팡이 미국 회사인지, 한국 회사인지보다는 그들이 앞으로 그려나갈 새로운 그림에 주목해 보는게 어떨까요.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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