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손 든 아디다스..처분하는 리복은 샤킬오닐 품으로?

이승호 2021. 2. 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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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디다스가 15년 만에 타월을 던졌다(복싱에서 경기를 포기할 때 하는 행위).” 」

리복의 스니커즈.[사진 리복]

세계 2위 스포츠용품·의류 기업인 독일 아디다스가 16일(현지시간) 산하 브랜드인 리복 처분 방침을 발표하자 블룸버그 통신이 내놓은 평가다.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리복과 아디다스는 서로 독립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잘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디다스는) 리복 브랜드의 성공적 미래를 위해 앞으로 몇 달 동안 부지런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처분 방식은 다음달 10일 발표되는 아디다스 실적 공시와 5개년 계획 발표 때 나올 예정이다.


1980~90년대 나이키의 맞수, 리복

지난 2009년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 소속의 이청용 선수의 모습. 영국 볼턴에서 설립된 리복은 볼턴 구단의 유니폼을 오랫동안 후원했다.[AFP=연합뉴스]

리복은 1895년 영국 볼턴 지역에서 머큐리스포츠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리복이란 이름으로 바뀐 건 1958년이다. 블룸버그는 “리복은 1980년대 에어로빅 붐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성장했다”며 “당시 미국 운동화 판매량에서 나이키를 능가하는 업계 거물이었다”고 전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리복은 1980~90년대 미 프로농구(NBA)와 미식축구(NFL)와 운동용품 거래를 했다.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기용한 나이키에 맞선 리복의 얼굴은 샤킬 오닐이었다.

리복이 아디다스의 품에 안긴 건 2006년이다. 세계 1위 업체인 나이키에 맞서기 위해 38억 달러(약 4조 2000억원)에 리복을 사들였다. 아디다스 브랜드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나이키를 꺾을 수 없자 리복을 통해 이루겠는 생각이었다. 리복 본사도 미국 보스턴으로 옮겼다. 리복 인수로 당시 아디다스는 전체 스포츠 의류신발 시장의 20%를 차지하기도 했다.


2006년 아디다스 인수 후 실적 부진

카스퍼 로스테드 아디다스 CEO.[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전략은 통하지 않았다. 인수 이후 리복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아디다스의 꿈은 멀어져 갔다. 미국 시장에서 리복 브랜드의 영향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적자가 계속되며 투자자의 매각 압박은 커졌다.

반짝 회복도 있었다. 2016년 아디다스 CEO로 영입된 로스테드의 리복 회생 작업이 성과를 거두며 2018년 흑자로 전환했다. 카인 웨스트와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 등과의 협업이 힘을 발휘하면서다. 그렇지만 이 조차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리복 매출 감소에 직격탄이었다.

CNN은 “바이러스 확산으로 매장의 영업이 강제로 중단된 데다 팬데믹 이후 홈트레이닝 수요 증가에 따른 애슬레저 트렌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지난해 매출이 쪼그라들었다”고 분석했다. 애슬레저는 애슬(Athletic·운동)과 레저(leisure·여가)를 합친 용어로, 일상생활에도 입을 수 있는 스포츠웨어를 의미한다.

리복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4억300만달러(약 4441억원)로 1년 전보다 7%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은 2억2800만달러(약 2,512억원)로 1년 전보다 44% 급감했다. 아이다스 매출에서 리복이 차지하는 비중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07년 25% 수준에서 최근 7%까지 떨어졌다. 실적 압박에 부딪힌 아디다스는 결국 리복을 떼 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샤킬 오닐·中 안타그룹 등이 인수 후보

지난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NBA 어워즈에 참석한 샤킬 오닐.[AP=연합뉴스]

리복의 잠재적인 인수 대상자는 한 때 리복의 모델을 했던 샤킬 오닐이 대주주로 있는 ‘어센틱브랜드그룹’과 중국의 2위 스포츠브랜드 기업 ‘안타(安踏)그룹’, 미국 의류기업 ‘VF코퍼레이션’ 등이 꼽힌다. 현재 리복의 장부 가치는 지난해 기준 10억 달러(1조원)다. 인수 당시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유니언 잭(영국 국기)이 들어간 흰색 스니커즈부터 샤킬 오닐이 신던 농구화에 이르기까지 리복의 풍부한 아카이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인수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라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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