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백신 누적접종과 면역력 저하

남상훈 2021. 2. 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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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면역자원도 한계 있어
특정 감염균에 면역력 높이다가
다른 사소한 감염에 취약 우려
변종 대응 가능한 백신 개발 시급

차에 물건을 두고 온 것이 생각나 주차장에 내려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다. 차에서 물건을 챙겨 돌아오다가 아차 그제야 손수건을 꺼내 입을 가리고 슬금슬금 사람들을 피한다. 우한발 코로나가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사람들을 몰고 간다. 개도 웃을 일이 일상이 되었다. 주둥이에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바깥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통 부재가 오히려 미덕이 되어가는 사회, 명절에 가족모임도 죄가 되는 사회, 공적 대화는 컴퓨터 모니터나 액정에 코 박고 진행하는 것이 일상이 된 사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하던 일들이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되었다. 그래도 아내는 외출할 때도 화장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마스크 큰 것 쓰고 그저 눈 화장 정도만 하면 되고 그나마 나이 든 사람은 그것조차 면제되어 오히려 편하단다. 그러고 보니 지나가는 젊은 여성들의 눈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다. 얼굴화장 대신 눈 화장이 대세라나, 이 또한 어느새 뉴노멀이 되었나 보다.

1930년대 초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던 하인리히가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되었던 하인리히 법칙, 대형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기 전 반드시 그와 관련한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대유행으로 혼쭐이 난 인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기 전 조류독감, 에볼라 괴질, 사스(SARS), 메르스(MERS), 남미의 지카바이러스 등으로 여러 번 대유행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백신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고 기억 속에 사라져 갔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지자 늑대소년 이야기처럼 초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사실 바이러스 전공자인 나도 이 또한 지나갈 거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여러 번의 경미한 경고성 풍토병이 결국 하인리히가 말하는 대재앙의 전초전이었나 보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생명과학
요즘 코로나19로 백신 회사들이 특수를 맞았다. 온 세계가 백신 개발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자 제약사나 백신 관련 기업들은 저마다 자신의 기반기술을 코로나 백신 개발에 접목해 경쟁력 있는 백신을 개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백신이란 감염성 질병에 대해 미리 방어면역을 유도하여 감염을 막고자 하는 최고의 예방책이다. 그러나 백신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고 연령에 따라 방어면역 유도 정도도 크게 다르다. 거기다 우리 몸의 면역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감염균에 정확히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백신으로 유도된 면역은 감염균의 변이(variant)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변종이 생기면 새로 백신을 만들어 변종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몸의 면역자원도 한계가 있어 누적 접종하면 자원이 고갈되어 다른 방어면역이 그만큼 취약해질 수 있다. 결국 특정 감염 균에 방어면역을 높이다가 사소한 감염에 몸의 방어체계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매년 독감백신을 맞는 것에 대해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동물 백신의 경우 매년 백신 접종으로 새로운 도피성 변종이 발생하여 더 큰 피해를 초래하고 투자 대비 효과(cost-effectiveness)는 미미하다는 학계의 논란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의 경우 이미 영국과 남아프리카발 변이종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기존 백신의 효과를 무색게 하고, 벌써 변종에 대한 새로운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 변종에 대한 백신 개발은 지속할 것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변종을 예측하여 백신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신의 누적 접종은 면역자원 고갈이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논란을 벗어나려면 먼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분자적 기능과 구조적 특성이 완벽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 후 바이러스 생존에 필수적이면서 변이가 없는 ‘면역원성 부위’(immunogenic epitope)를 표적으로 어떠한 변종도 대응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의 백신을 개발한다면 누적 접종 없이 코로나 팬데믹을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배용수 성균관대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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