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한체육회가 본 학폭 "무심코 한 행동, 처벌 가혹하다"

남수현 2021. 2. 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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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연합뉴스


대한체육회(회장 이기흥)가 체육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가해자 복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체육회는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체육계 가혹행위 관련 대한체육회의 추진방향’이라는 답변서에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각종 아마추어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단체를 총괄·지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대한체육회는 “형사처벌을 받은 범죄자에 대해서도 사회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며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서도 적절한 징벌 및 규제 이후 반성하고 교화하여 사회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교폭력 관련 입법 미비와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을 묻는 전 의원 측의 질의에 대한 답변이었다. 체육회는 “청소년 학폭 및 가혹행위는 근절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도 했지만 대책의 초점을 가해자 복귀 지원에 둔 셈이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2019년 1월 15일 오전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제22차 이사회에 참석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전용기 의원은 “숱한 체육계 폭력에도 대한체육회의 안일한 인식은 여전하고, 개선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가해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법과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헤아리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또 “가해자의 권리 보호는 가해자가 제때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사건 등 체육계 폭력 문화가 도마에 오르자 2019년 1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쇄신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고(故) 최숙현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력 피해를 신고하고도 구제받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엔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다영 선수에 이어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 이력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한체육회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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